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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마을
“인향 천 리 문향 만 리”- 이영백 수필가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1년 08월 13일(금) 13:44

ⓒ 황성신문

ⓒ 황성신문
동사(洞舍)는 동사무소 건물을 말한다. 우리 동네에 예전부터 동사무소가 있었기 때문에 동사마을이라고 한다. 일제침략기시대에 동네의 일을 보던 곳이었다. 그러한 곳이 내가 자랐던 어린 시절의 살던 집 바로 곁에 있다.

동사의 구조를 보면 마을사람들이 전체로 모여 교육도 하고, 전달할 수 있는 넓은 방이 교실처럼 지어져 있다. 곁에는 사무실이 딸려 있다. 사무실에는 흑판이 하나 달려 있어 행사내용을 써 두었다. 또 동장과 사무장이 앉을 수 있는 책상이 두 개가 놓여 있다. 사무소 안쪽에 방이 하나 있었는데 숙직하는 당직실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그 당직실 부엌에 불도 때어보았고, 참 위험하게도 부엌에서 불놀이도 하고 놀던 곳이다.

동사에는 꽃밭도 있다. 사무실 앞에 제법 큰 너른 운동장이 마련돼 있다. 동쪽 담 너머가 고모네 집이다. 둘레는 돌담이 처져 있다. 철길에서 내려오면 동네에서 가장 큰 회나무 한 그루가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는 경주시 시래동사무소간판이 매달려 있다. 마을 안쪽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그쪽으로는 대문은 없고 마냥 열려 있다. 동네 사람들이 오가는 통로가 된다.

초등학교 6학년 때에 문명퇴치 교육을 하라고 흑판과 분필통, 백묵을 받아 왔다. 동사 교실에다 칠판을 걸었다. 동네에 초등학교 다니는 친구가 몇이 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이 있는데도 마을 주민의 문맹퇴치 교육은 내가 맡는다. 이전에 초등학교로부터 조사해 통지를 받고, 동네 반장이 사전에 통지해 문맹자들이 모였다. 한글을 못 읽는 분이 자그마치 삼십여 명이다. 동사에 남폿불 켜서 불을 밝혀 두고 낮에 일하던 어른들이 밤에 공부한답시고 동사에 나와 앉았다.

동사는 6·25 전쟁 때 본교는 군인들이 접수하고, 교실이 없어서 이동교실로 사용하였던 적도 있다. 초등학교에서 가지고 온 교본을 한 권씩 나누어 드렸다. 표지에는 성인용 문맹퇴치를 위한 교본이라고 씌어있고, 물론 문교부 출판이다.

자모를 먼저 배우도록 했다. 먼저, 자음으로 , , , , , , 자 등 모두 7자를 가르쳤다. 읽는 법부터 가르치고, 나중에 쓰는 법을 익혔다. 그러나 대다수 낮에 일을 많이 해 지쳐 그저 졸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맡은 것은 열심히 가르쳐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부지런히 가르쳤다. 스스로 책임을 완수한다고 애를 먹는다.

이튿날이다. 자음의 나머지 글자인 , , , , , , 등 일곱 자를 가르쳤다. 다음은 모음으로 , , , , , , , , , 모두 10자이다. 오늘 배울 것을 읽고 또 읽고, 다음에 쓰기를 하도록 한다.

나흘째 되는 날이다. 이제 자음과 모음을 합해야 한다. 하면 하고, 가에 하면 이라 한다고 가르쳤다. 각 글자 밑에 그림이 있다. 그렇게 글자와 그림을 유추하도록 교재가 짜여 져 있다. 마치 소설 상록수에 채영신이 한글을 가르치던 것이 생각이 나는 듯 한다.

가로, 세로 줄치고 모음 10자와 자음 14자를 합해서 글자판을 만들면 140자 낱글자를 익히도록 하는 한글도표가 된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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