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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우산
“인향 천 리 문향 만 리”- 이영백 수필가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1년 10월 22일(금) 15:19

ⓒ 황성신문

ⓒ 황성신문
비가 오면 나들이객에게 우산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물론 햇볕이 많이 나면 여성이 필요한 것은 양산이다. 아버지의 솜씨는 대단하다. 비가 오기 전에 우산을 만들었으며, 짚신 대신에 나막신 만드는 그런 열정을 가졌다.

초등학교 때 이야기다.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어 비료포대기의 막혀진 부분을 쪼그라지게 집어넣어 머리만 덮어썼다. 흡사 키를 덮어 쓴 모양새다. 머리카락만 비 안 맞으면 되었던 시절이다. 오늘도 산성비 맞고 학교를 어떻게 가야하나 걱정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참 자상(?)도 했다. 열 번째 막내인 나의 손에 명품우산(?)을 쥐어 주었다. 웬일로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겠나. 웃비는 오고, 얼떨결에 주는 우산을 받쳐 들고 학교로 갔다. 가는 동안에도 무엇인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우산을 주신 당신께 너무나 고마워서 별다른 나쁜(?)생각이 없었다.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친구들과 우산을 같이 펴고서는 잘못된 점을 그제야 알았다.

우산은 본래 비를 받쳐주는 천(=옛날에는 종이에 기름 먹인 유지, 근래에는 비닐)을 지탱해 주는 우산살이 많아야 한다. 당신께서 만들어 주신 우산에는 우산살이 홀라당(?) 네 개밖에 없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우산을 쓰면 마치 김삿갓이 방갓 쓴 것 같았다. 우리 반 남여학생들이 우산 쓴 나를 보고 까르르 웃어 주는 바람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다음부터는 꼬~지락 소나기가 와도 다시는 그 우산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지금은 지났던 옛날이야기가 됐지만 나로서는 원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얼굴이 붉어짐을 알았다.

그러나 당신은 세상에서 최고입니다. 지나고 보니 아버지! 오직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명품(?) 우산을 만들었다. 우산살을 박으려고 홈파고 손가락을 다치면서까지도 만든 것이다. 우산을 자식에게 씌어 주려고 노력해 주신 당신이기 때문이다. 수제품(?) 명품 우산을 막내 손에 쥐어 주는 것은 아무도 그런 아버지를 못 둘 것이다. 정말 대단히 고맙습니다.(꾸벅) 늦게나마 구천에 계시는 아버지께 이글로 대신해 용서를 구해 본다.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꼬~지락 비가 오면, 비 오는 것을 그치기라도 기다리지만 오는 비는 남의 속도 모르고 그칠 줄 몰랐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만 꼬~지락 빗속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책보자기에 책과 양철 필통을 함께 넣어 다녔기 때문에 뛰면, 뛰는 발걸음 수만큼 필통이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었다. 어찌 보면 그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계속 뛰어 집에까지 왔다. 집에 와서 책보자기를 풀어헤쳐보면 필통 속에서는 연필심이 박살 나 있다.

필통 속의 연필은 흑연이 몽땅 부러져 나갔다. 책과 공책은 비에 젖어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책과 공책을 한 권씩 들어내어 아랫목 장판에 늘어 말렸다. 뜨끈한 아랫목에서 방금 물에 젖었던 책과 공책이 쥐가 오줌 싸고 간 듯 얼룩져 말라 있어 책과 공책이 매우 곤란해졌다. 공책은 새로 살 수가 있어도 교과서는 한 번 사면 다시는 구하지 못하니 두고두고 책 때문에 신경 쓰이었다. 이 모두가 좋은 것 아니더라도 변변한 비닐우산 하나 없었던 것이 그 원인이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서 우산도 고급 우산이 생산된다. 우산살이 많고, 천도 좋았다. 마감 처리한 것도 좋았다. 손잡이에 스위치를 누르면 단번에 펴지고, 접으면 잠기는 그 편리함에 아버지 살아 계신다면 그저 놀라고 말 것이다.

아버지가 만든 우산 속을 들여다보면 기가 찼다. 스위치로 사용할 펴지는 것은 구경도 못하였다. 대나무 자루로 우산을 펴서 고정하는 곳에 송곳으로 적당한 자리에 구멍이 뚫려 있다. 삼끈으로 못을 하나 달아서 우산 덮개를 편 후 내려오지 못하도록 고정시키는 것까지 만들어 두었다. 이 기발한 설치에 놀라고 말았다. 단지 그 모양새가 벙거지 모양이지만 그런 곳까지 손수 다 만들어 넣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노력이신가?

아버지! 제가 겁도 없이 좋은 것만 알아서 진짜로 원망 많이 했습니다. 오늘날 아무리 좋은 우산을 가지고 있어도 사각 벙거지우산, 아버지 손가락 다치시면서까지 만든 세계 최고 명품우산을 따라 올 수가 있겠습니까?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지금에야 후회합니다. 후회해 보아도 아버지 다시 못 뵈니 그것이 서럽습니다. 송구합니다. 아버지!

지금 그 우산이 있다면 우산박물관이라도 차려서 보관할 것을 이제 때를 놓치고 말았다. 모든 것은 제 자리에서 빛을 발휘하고 그것만을 아는 사람만이 지속할 자유가 있을 것이다.

아버지! 요즘 우산은 기능성 우산을 씁니다. 우산 천에 코팅해 비를 방지하는 것에다 사용할 수도 있지만 여름에 따가운 햇살의 자외선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것은 남자가 마치 양산을 쓴 것 같아 도시에서도 젊은 남자들은 사용하지 않지만 노인들은 햇살 자외선 차단으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상들은 지나간 일상생활에서 오늘날처럼 그렇게 흔하게 생필품을 사용하고 함부로 버리지 아니했다. 이는 생활의 지혜가 아니겠는가? 잘 산다고, 돈이 많다고 함부로 쓰지 아니했다. 꼭 필요한 곳에는 돈을 사용할 줄 알았으며, 후원도 익명으로 한 것은 조상들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작은 생필품 하나에도 자급자족해 경제를 아끼고 운용하는 의지가 작은 우산사용에 아버지의 생활이 서려 있다는 것을 오늘에야 안 자식을 용서 하소서.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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