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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니치기
“인향 천 리 문향 만 리”- 이영백 수필가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1년 11월 05일(금) 15:28

ⓒ 황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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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니는 원래 일본 것이다. 일본말로는 가마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가마니로 된다. 우리말로는 원래 이라고 부른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많이 와 있던 일본 사람들은 자국보다 싼 우리나라 쌀을 가지고 장사를 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벼를 가공해 쌀로 유통했는데, 우리나라 섬에 담아 보낸 쌀이 다 새 버리자 자기네 나라에서 가마니를 들여와 이용하게 된다. 가마니 수입가에 부담을 느껴 우리 농민에게 가마니치기를 가르치게 된다.

가마니를 치면 시골에 살면서 상당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것도 시골에서 생산되는 재료가 가장 많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볏짚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쉬운 부업이다. 최우량 짚은 소먹이로 보관한다. 다음 우량품은 가마니를 짜거나 새끼를 꼰다. 보통 짚은 집에 지붕을 이는 이엉을 엮는데 사용한다. 잘 자라지 못한 짧은 짚은 부엌에 불쏘시개로 사용된다. 물론 외양간에 소를 위해 바닥에 넣어 거름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농사짓는 집에서는 짚의 활용도가 참 많다. 요즘 세상에는 기계가 좋아서 농사가 끝나고 짚이 비싼 값으로 팔리는데, 이 팔린 짚은 기계를 이용해 비닐로 돌돌 말아서 큰 뭉치가 돼 논둑에 적치돼 있다가 화물차로 모두 싣고 가버리곤 한다. 농촌이라도 짚 구경하지 못한다. 짚을 사용하려면 예약하지 않으면 농촌이라도 구경조차 하기 어렵게 됐다.

좋은 짚은 가마니 치려고 머슴들이 낮일이 끝나고 밤이 오면 모두들 모여서 짚 추리기 대회를 한다. 짚을 볏단으로 탈곡한 몇 단씩은 풀어헤쳐 큰 단으로 묶어서 밑동을 작두로 썰어 둔다. 나중에 나무방망이로 밑동을 두들겨 패는 것이다. 가마니 짜기를 할 때 부드러워야 잘 먹여진다. 짚을 받아서 내려치기할 때 고루 눌러져서 가마니 짜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가마니를 치려면 가마니틀, 바디, 날줄로 쓸 가는 새끼, 짚 먹이는 끝이 바늘처럼 된 대()작대기, 도리 등 여러 가지 재료와 공구가 있어야 한다. 다 짜고 나서는 가마니틀을 해체하는 나무망치, 깁는 대바늘 등도 필요하다.

굵고 두툼한 나무로 직사각형의 틀을 짜고 양편에 두 개의 기둥을 비스듬히 박아, 그 기둥 끝에 도리를 끼운다. 도리와 밑바탕 받침에 날 38개를 둘러 감아 얇은 대작대기로 짚을 먹여 바디로 다져가며 가마니를 친다. 가마니틀은 구조에 따라 인력 2인용, 인력족답용(人力足踏用), 인력겸동력용 회전형, 동력 자동형 등으로 분류된다.

집에 있는 가마니틀은 인력 2인용으로 볏짚을 공급하는 사람과 공급된 볏짚을 바디로 탄탄하게 다지는 사람이 합동해 짜는 반자동 기계이다. 밤새도록 쿵쿵 내리치니 짠 가마니가 즐비하다. 간혹 벌어진 새끼줄 사이로 바늘 코가 달린 긴 작대기로 추려진 낱개로 볏짚을 먹일 때 잘 못 들어가면 고함소리가 들리고 잽싸게 다시 먹여야 한다.

그렇게 미완성 가마니를 가지고 셋째형은 대바늘로 가마니를 가는 새끼로 매어야 완성된다. 그러면 그 속에 무엇이라도 담을 수 있게 된다. 간밤에 쳐서 만든 숫자가 열한 장이나 된다. 그 수량을 만드느라 가로 세로 줄로 마치 베 짜듯 밤새 작업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날로그 시대에 가마니틀이라는 것은 있었지만 거개가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수공품이다.

가마니 짜기는 농촌에서 많은 수입이 된다. 곡식을 내거나 살 때 담을 수 있다. 가마니를 많이 쳐 두고 있으면 가마니 사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가마니는 농촌의 휴한기(休閑期)에 수입 올리는 짚공예의 결실이다. 특히 정부에서도 고공품(藁工品, 짚이나 풀줄기 등으로 만든 수공품. 가마니나 돗자리 따위)을 수매라고 해서 농민들로부터 사들여 정부양곡을 도정해 가마니에 담아 비축하기도 한다.

홍수가 나도 농촌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마니 사용처다. 갑자기 물이 불어 둑이 허물어 질 때 모래()가마니가 물막이 대체 수단이 된다. 평소 홍수 대비를 위한 최고의 수단이 모래가마니 뿐이었다. 그러나 1959년 사라호 태풍 때는 비록 모래가마니가 있었지만 거대한 홍수더미로 밀어붙이니 어쩔 수 없이 둑이 터지고 논이 수몰되고 말았다.

우리 집 겨울 휴한기에 없어서는 안 될 짚 놀이이었고, 동시에 서로 많이 치기의 경쟁력과 추운 겨울에도 식구들이 함께하는 노동이요, 운동이다. 가정경제에 수입의 원천이 됐다. 가마니는 일본에서 왔지만 우리나라에 정착하면서 겨울에는 없어서는 안 될 농촌경제 확보의 수단이 됐다.

가마니는 가만히 두면 안 되고, 담거나 팔거나 자주 이용해야 제 값을 높일 수 있다. 가마니는 꼭 필요한 것을 크게 담을 그릇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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