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5-02 오후 04:30:2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시골목욕하기
“인향 천 리 문향 만 리” -청림 이영백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03월 04일(금) 15:30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인간은 태어나자말자부터 먼저 씻기부터 시작한다. 탯줄은 떼어야 어머니 몸과 분리되지만 절차가 목욕부터 했다. 시골에서는 목욕이란 말 대신에 목간(沐間)하러 간다.’고 했다. 옛날 그 시대로서는 시골에 목욕탕이 없다. 목욕을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도 무척 궁금하다.

남자라면 여름, 더우면 시도 때도 없이 우물가에서 등 멱이라도 할 수 있지만, 여자로서는 등 멱조차 상상도 못할 일이었던 시절이다.

시골에는 흔히 자연 보()가 많아서 그 얼음장처럼 찬물에 몸을 담그면 땀은 물론이고 송송 솟은 땀띠까지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원한 자연 목간통이 된다. 얼마나 시원하면 어푸어푸하면서도 몸을 오래 담가두지 못하고 나오고 말겠는가? 조금이라도 오래 담그고 있으면 입술이 새파래지고 입속 이빨이 달그락거린다. 이내 소름이 돋고 만다. 물속에 이방인이 들어왔다고 버들치들이 몸을 건 들인다. 다리를 펴고 있으면 물살에 어우러져서 하얀 살갗이 어른거리면서도 보이고, 발끝에 버들치들이 먹이인양 다가 와서 간질였다. 닥터 피시가 된다.

남자가 아닌 다 큰 여자아이나 아녀자들은 밤이 오기를 기다려서 뒤 곁에 물통을 내다가 그 곳에서 몰래 목욕을 한다. 이런 목욕방법은 다 큰 여자아이나 아녀자로서는 여간 조심스러운 목욕이 아니다. 특히 떠꺼머리총각들이 색다른 몸(?)을 구경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한 번이라도 보려고 사생결단한다. 어련히 지키겠지만 어디 사람 백 명이 도둑 한 놈 못 잡는다.”는 말이 있듯 아무리 지켜도 용케 숨어서 훔쳐보고 만다.

여인네들로서는 아예 밤이 오기를 기다려 무더운 여름밤이 되면 단체로 보 중간에 멱 감으로 나간다. 무더위는 하도 극성스러워서 아녀자 손등까지 땀과 땀띠가 난다. 혹서기에 물론 왕들은 계절에 따라 피궁으로 왕궁을 바꾸겠지만 서민들이야 제 몸 하나도 시원하게 하지 못하고 살았다. 다 큰 여자아이들과 여인네들은 피서를 위한 특별한 방법이 없는 한 그저 밤 개울에 몸 담그러 가는 길 밖에 없다.

여름 무더운 밤이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앞에 사람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시간을 택해 마을 앞 보 중간에 멱 감으러 가는 것이 유일한 피서이다. 봇머리에는 남정네들이 보 중간에는 여인네들이 마을의 밤 목간통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앞산(=密開山)에 밤이 드리우면 산그늘이 내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시골 목간통은 붐비기 시작한다. 덩달아 소쩍새도 울고, “, !”소리가 나는 이름 모를 새도 날아다닌다. 이때는 물론 힘센 장정을 멀리 양 끝에 세워서 지키도록 하고, 여인네들의 밤 목욕은 시작된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시원함을 느낄 수가 있지 아니하겠는가?

요즘은 얼마나 좋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좋은 시설에 손잡이 하나 틀면 찬물, 더운물 마음대로 사용하는 시절이 됐다. 그 옛날 선녀들의 날개옷을 감추던 나무꾼의 이야기처럼 아가씨들의 옷을 감출 총각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형수님들이 시집오고부터는 부엌문을 잠그고 시누이들과 다 큰 여자아이들이 함께 목간했다. 그때 시어머니는 바깥에서 망을 보아 준다. 얼마나 궁합이 잘 맞는 일인가? 고부간의 갈등이 아니라 그 옛날 고부간에 이렇게 척척 맞아떨어진 것 적도 있다.

요즘 더운 날씨에 수돗물은 오히려 따듯한 감을 느낀다. 그 시절 수정같이 맑고 얼음장처럼 차갑던 고향마을 앞 개울물이 그리워지는 것은 비단 나 하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도시에 살면서 미지근한 물에 샤워하고 나온 몸은 금세 땀으로 뒤덮어 버린다.

시골에서 보리 베기를 하거나 타작을 하고나면 보리 까끄라기가 몸에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아니한다. 목욕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 농촌에서는 보리타작 마치면 이내 보리거웃으로 불 피워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도록 피운다. 팬티만 입고 온 몸 전체를 불에 그슬린다. 잘 떨어지지 않던 보리 까끄라기가 웬만하면 다 떨어진다. 불길에 그을린 몸에 수건만 걸치고 얼음장 같은 찬물이 있는 보로 뛰어 간다. 하루 종일 보리 까끄라기와 싸워 오던 몸이 이 찬물을 보고 대단히 좋아하게 된다.

과거의 여인네들은 목간통이 있어서 평소 활용했다. 여북하면 밤 여인네 목욕하는 물소리까지 시에 올려 져 있는지 알겠다. 누구나 다 씻고 살아야한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신평동(薪坪洞)의 원주민은 보문저수지 조성과 보문관광단지 개..
경주 출신 아동문학가 최소혜, 처녀작 ‘초능력 탐정단’펴내..
‘보문천군지구 도시개발사업’ 건폐율·용적율 대폭 완화..
한수원, 2025 ESG경제대상 ʻESG 종합대상ʼ 수상..
보문관광단지 민간투자 자유로워 진다..
주낙영 시장, 공직기강 확립 ‘칼’빼들었다..
경주시 올해 총예산 2조 2천600억 원 편성..
하늘마루 봉안당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내년 아태관광협회 연차총회 경주·포항 유치..
경주 동해안 불법어업 특별단속 실시..
최신뉴스
경주시가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변한 노인을 지원한다..  
주 시장 SMR 국가산단에 670개 기업 입주제안..  
주낙영, 주한 에밀리아가토 이탈리아 대사 접견..  
경주시, 종소세와 개인지방소득세 신고접수..  
경주지역 최고 비싼 땅은 평당 약 2천623만 원..  
보문단지 전역에 공공 Wi-Fi 등 대폭 확대..  
경주시민이 산불 이재민 돕기에 앞장섰다..  
정부 추경에 APEC 예산 135억 원 확보..  
APEC 앞두고 경주시 물정화 기술 세계 주목..  
외동읍 건초생산 사업장 완공···사료비 절감..  
5월 한 달간 불금예찬 야시장 개장된다..  
대한민국 국공립극단 페스티벌 경주서 개최..  
경주 샤인머스켓 세계 최고 품질 향상..  
경주 수산물과 식수, 방사능 안전하다..  
안강읍 산대리와 육통리 폐기물 해결됐다..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