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 성 주
편집인·편집국장 | ⓒ 황성신문 | 6월 1일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경주시민은 이달 1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간 후보들이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요란하게, 더러는 정중하게 지지를 호소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번 6.1지방선거에서 경주시민은 경북도지사, 경북교육감, 경주시장, 경북도의원, 경주시의원, 비례대표 등 모두 여섯 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합니다.
경주선거에는 총 48명이 출마했습니다. 경주시장선거는 2파전, 경북도의원 선거는 무투표 당선선거구가 두 곳이나 됩니다. 하지만 경주시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는 선거구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의민주주의, 지방자치시대를 사는 시민은 최소한 2년마다 미래를 위해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지역을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투표입니다.
시민들의 선택이 사회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쇠퇴시키기도 합니다. 지방선거 출마자 모두 ‘멸사봉공(滅私奉公)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이번 경주선거를 보면 그리 흐뭇하지 않습니다. 출마자 중에는 지역일꾼으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아도 작은 것 하나라도 정당성을 부여할 만한 점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후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주지역 선거 출마자 48명 중 60.4%에 달하는 29명이 전과기록이 있습니다. 가벼운 것도 있지만 차마 거론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화려한 전과기록을 보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만 합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의 전과기록을 보면 시민들이 살아오면서 한 번도 들어보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도 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후보가 있는가 하면, 절도 전과 후보, 상습도박과 상해·명예훼손 전과 후보, 배임 전과 후보, 수질환경보전법 위반 전과 후보, 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후보, 폭력과 건축법 위반·상해 전과 후보, 업무방해폭력·식품위생법 위반 전과 후보 등 전과기록이 너무 다양하고 화려(?)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전과기록이 몇 가지나 되는 후보에게 공당(公黨)이 공천을 주었다는 것도 정말 아이러니합니다.
높은 학력이나 화려한 경력이 지역을 위해 일하는 선거직의 조건이 아닙니다.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갖고 봉사해온 시민이라면 누구나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또 지방자치제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행정을 견제하는 시민, 민의를 대변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시민이라는 누구나 자격이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지역일꾼을 선택하는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입니다. 친인척 관계라서, 동문이어서, 동향이라서, 이웃사촌이라서, 같은 모임 회원이어서 등등 여러 명분으로 지지하기도 합니다.
지방 선거직의 임기는 4년이지만 그 4년이 향후 40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출마자들의 당락은 유권자의 소중한 권리에 의해 좌우됩니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선출직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그것은 오롯이 선택자인 유권자의 책임입니다.
지역일꾼이 되려고 출마한 후보들을 의심하고 폄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에 앞서 최소한의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공약, 전문성, 도덕성 등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선택해야 그나마 투표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경우는 적을 것입니다.
6.1지방선거 경주선거는 경주시민들이 주인이지, 출마자들이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직시하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시민으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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