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향 시래천 | ⓒ 황성신문 | |
 |  | | ↑↑ 이영백 수필가 | ⓒ 황성신문 | 강은 본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지류(支流)가 모여야 강이 된다. 형산강에도 지류가 무수히 많다. 그 중에 내가 태어난 지류는 남천의 상류인 시래천(時來川)이다. 흔히 시골에서는 “시래 거랑”이라 한다. 우리 고유어 거랑이라는 말이 왠지 좋다. 그 시래 거랑에서 물로 마시고, 목욕하고, 그 물에 첨벙이며 건너고, 어린 날을 보내고 자랐다.
거랑의 양편 둑에는 물 넘치는 것을 막으려고 튼튼하게 제방이 쌓아있다. 방천 둑에는 둑 밑으로 수양(垂楊)나무가 도랑 쪽으로 길게 여자 머리카락처럼 드리우고, 아래로 자라고 있다. 금모래, 은모래가 그 수양나무 밑 그늘에 뽀얗게 모여 있어서 어른들이 일하다 한낮 시간에 쉰다. 수양나무는 멀리서 보면 제법 한가한 마을 앞의 보호수로 보인다. 나무에 올라가 백사장으로 뛰어 내린다. 한 여름에 쓰르라미도 잡는다. 동네꼬맹이 놀이터다.
시래천은 시래 철도교도 지나고, 경주-울산가는 시래교도 있다. 다리 밑에는 거지들이 집지어 살았다. 그 앞을 지나면 무서웠다. 철교 밑으로는 아무도 없다. 그 철교는 너무 높아 이용가치가 못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무릇 철교와 다리가 시래천을 가로 지르고 있다. 그 다리는 공굴 다리다.
홍수나지 않으면 시래천 양편으로는 모래가 실려와 모여 있다. 어린 아이들이 모여 소꿉놀이나 까치집 짓고 놀기에 딱 좋은 백사장이다. 아무런 깔개자리도 없이 오로지 하얀 모래바닥에 옹기종기 궁둥이 딱 붙이고, 퍼질고 모여앉아 놀기에 너무 좋은 그런 곳이다. 어린이의 궁궐 놀이터이다.
어른들은 푸른 버들가지가 늘어진 그늘에서 쉬고, 아이들은 백사장에서 모래성 쌓고 놀기에 좋은 시래천이다. 평소에는 시래 천변에 아이들이 독차지하다시피 하여 사행천에 흐르는 물빛이 햇볕으로 반짝인다. 어린 날 아빠, 엄마 정하고 소꿉놀이하던 친구들은 이제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버들가지 늘어진 방죽아래 동네약국집 딸 금자누나는 여고를 다니면서 도회지 남자대학생을 데려다 연애질한다. 수양나무 하나 가려진 곳이지만 연애장소로는 적격이다. 가끔 날아 지나는 까치가 연애한다고 알려준다. 돌돌돌 흘러내리는 강물소리와 까치소리 섞인 연애장소로 딱 좋은 곳이다.
밤엔 둑에서 자리 깔고 앉아 은하수 치어다본다. 앞산에서 짙은 어둠이 내리면 밤은 무섭게 깊이 흐른다. 시래천은 고향이요, 섶 다리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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