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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 천수답 물대기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06월 03일(금) 16:24

↑↑ ▲ 중보 천수답 물대기
ⓒ 황성신문
↑↑ 이영백 수필가
ⓒ 황성신문
그때는 농사를 지으려면 보를 막아서 필요할 때 물을 이용한다. 보만들 때 분담금을 내었어도 한해(旱害) 들 때 보원(洑員)이 물을 사용할 수 있어서 아주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아버지는 하늘에서 내린 비를 가두는데 돈 쓸 수 없다하여 보원이 안 되어 날 가물 때는 울음보를 터뜨릴 수밖에 없다.

다른 논에는 날이 가물어도 물을 잘 대는데 우리 집 천수답은 물구하기가 어려웠다. 날이 가물면 식구마다 밤새워 물대기에 동원되어야 한다. 아니면 이튿날 뜨거운 태양아래 메말라가는 벼 포기 보기가 민망하다.

형산강 남천 상류 지류 시래천에 물 모아 놓은 보가 많다. 상보, 중보, 하보, 용마래보, 소한보, 보칠보, 새보 등이 그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곳은 새보 봇머리에서 중간쯤 내려와 불룩배미 언덕바지인 곳이다.

밤새 식구들은 나이에 따라 먼 거리로부터 물대러 나간다. 나는 가장 어렸기에 집 곁에 중보 천수답으로 나간다. 천수답은 보 막는데 참여하지 않아 날이 가물면 비 떨어지기를 하늘만 바라본다고 그렇게 불렀다. 중보에 속하지 못한 우리 천수답은 네모반듯한 다섯 마지기로 묘답이라고 부른다.

어린 날 늦은 저녁 먹고, 우장 떼기 어깨에 걸쳤는데 키가 작아서 질질 끌면서도 삽과 등불 들고 묘답으로 나간다. 밤에 도둑 물대기 하러 나간다. 묘답에 가서는 등불을 꺼버린다. 물 대려는 사람이 없다는 표시이다.

오늘도 등불 들고 불국사기차역 밑으로부터 어른거리는 것은 사람들이 물대려 나왔다는 현실이다. 아무 것도 못하고, 사람들이 자기 집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린다. 하늘의 삼태성과 국자(북두칠성) 별자리를 멍하니 치어다보고 있을 뿐이다. 은하수가 가로질러 하늘에다 도랑을 만든다.

천수답에 물대지 못하고 하늘 가로지른 은하수만 치어다보고 있다. 논둑에는 풀벌레 소리가 고요의 침묵을 깨트린다. 쥐들이 논골 사이로 호~작 호~작 거리는 소리로 들릴 뿐이다. 개구리는 소한들 논벌에서 운다. 자연 속에서 대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중보는 불국사기차역을 통과하여 새보 중머리 등으로 소한들 논마다 물 흘러 보낸다. 콸콸 흐르는 물을 마음껏 대는 것을 보고 무척 부러워한다.

늦은 밤 사람들이 잠자러 들어가고 난후에야 묘답에 물을 끌어다 댄다. 도랑타고 흐르는 힘찬 물소리는 묘답 다섯 마지기에 물이 들어온다. 낮에 뜨거운 태양아래 물을 못 먹다가 한밤에서야 겨우 한 모금 물 얻어먹는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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