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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논갈이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06월 10일(금) 15:56

ⓒ 황성신문
↑↑ ▲ 봄 논갈이
ⓒ 황성신문
겨우내 살얼음이 얼어 도랑의 물밑으로만 돌돌돌 강물이 흐른다. 형산강 남천 상류 시래천변에도 그러하겠지만 보에서 흐르는 작은 도랑에도 살얼음 밑으로 차가운 도랑물이 흐른다. 그 도랑물이 녹을 시점이 다가온다. 경칩(驚蟄)이면 개구리 입 떨어진다. 살얼음 녹아내린다. 개구리가 봄 맞아 활동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봄이다.

시래천변 거랑물이 졸졸졸 흐른다. 살얼음이 걷히고, 삼짇날이면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 시골집 처마마다 새로 찾아온 제비들이 무어라 재잘거린다. 소한들 너른 들판에 저마다 주인들이 봄 논갈이를 시작한다. 얼룩소 울음 들린다. 농부의 이랴! 이랴! 혀 차는 소리에 그 말을 소가 용케 알아듣는다.

제비가 집집마다 찾아들어 집짓기 시작할라치면 봄 논갈이도 시작된다. 그것은 제비들이 입으로 물어다 날라 둔 논흙이 제비집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봄 논갈이는 너른 들판에 아직도 얼음 언 찬물이 남아 맨발로 쟁기질하기 힘들어한다. 발이 찬물에 들어가니 벌겋게 된다. 차고 시리다.

우리 집 천수답부터 봄 논갈이 시작한다. 겨우내 물 잡아 두었다가 논갈이 하려면 물 빼고 시작하여야 한다. 들판에 고추잠자리 날기 시작하고, 보리밭 사이골에 노고지리 우지진다. 보리밭에 짙은 둑새 지심을 맨다.

너른 반티에다 새참 이고 나온다. 논둑 넓은 곳에 자리 깔아 놓는다. 아버지 논갈이 멈추고 소도 잠시 멍에 풀어 두면 얼룩소 허기진 배 채우러 논둑 풀을 감쳐 먹는다. 아버지 담뱃대 물고 허공에 연기뿌리며 새참 잡숫는다. 막걸리 주전자 부리에 젓가락 빼고, 뚜껑 위에 나박김치 안주 내린다. 막걸리 한 잔 기분 좋게, 시원스럽게 마신다. 강가 봄 논갈이 풍정이 영화처럼 흐른다. 강물 따라 흐른다. 새참 먹고 다시 논갈이 시작한다.

천변 따라 생긴 모양대로 강물은 사행천 따라 흐른다. 농부는 이 강 따라, 세월 따라 삶을 바친다. 농부는 농촌에서 태어났기에 논과 밭에서 일상을 보낸다. 그렇다고 농가의 일이 결코 끝나지 않는다. 소 몰고 먼 산, 가까운 산으로 겨울나기 땔감 하러 다닌다.

농가의 봄 논갈이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이다. 논갈이는 묵혀두었던 논의 흙을 쟁기로 갈아엎어서 농사지을 땅 거풍시킨다. 땅 힘을 뒤집는다.

강가 논마다 봄철이면 논갈이 하느라 분주하다. 강가 농부의 일상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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