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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장산에 소낙비 묻다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06월 24일(금) 15:53

↑↑ 이영백 수필가
ⓒ 황성신문

↑↑ ▲소한들 벌판의 소낙비
ⓒ 황성신문
하루 일기를 보고 다녀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일찍부터 남자는 돈, 우산, 선의의 거짓말을 가지고 다녀라.”고 하였다. 양반은 비록 소낙비가 내려도 뛰지 아니하였다. 후줄근히 비 맞고 경주 양반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강변 사람들은 농사지으면서 물 귀한 줄 안다. 비는 어찌 내리는가?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모아, 모아서 대류(對流)가 되면 열기는 공중으로 오른다. 하늘에 오르면 수증기가 방울방울 모여서 무게를 더한다. 그것이 비다.

여름날 들판열기가 더하고 농부가 일하는데 후줄근히 비라도 내렸으면 기대한다. 매우 후덥지근하다. 농부는 시원하게 한 줄기 비라도 내려 주면 아픈 허리 펴고 좀 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들판의 많은 농부들이 간절히 원하던 비는 내릴 생각이 좀처럼 없다. 어쩌다 남쪽 높은 묵장산(墨匠山, 781m) 치술령(766m) 고개에서부터 비라도 묻어올라치면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비 소식을 먼저 준다. 농부들 눈치가 빠르다. 들판 외딴집 우리 집에 우선 비피하려고 모여든다.

남쪽 하늘로부터 시커먼 먹장구름이 몰려 닥친다. 소한들 논벌에 김매던 농부들이 우리 집 사랑채나 헛간으로 몰려온다. 검은 구름에서 하느님이 노하였는지 벼락을 친다. 반짝하는 빛이 나면서 검은 하늘바탕에다 커다란 Z자 모양의 빛으로 번개처럼 칼질한다. 몇 초 지나자 우르릉~~, ~~!”우레가 크게 운다. “하늘에서 부부싸움이 일어나 농짝을 던졌다.”고 한다.

흙 마당에다 굵은 소낙비 빗줄기를 때린다. 이내 쏟아 붓는다. 미꾸라지도 섞여 떨어진다. 소낙비는 진득하니 내리지 않고, 미친×처럼 후다닥~ 우당탕거리며 내린다. 갑자기 비 그친다. 비가 내리다, 그치다 반복한다. 북쪽 조양 못에 무지개 선다. 오늘은 보는 사람 많아 쌍무지개가 떴다.

소낙비는 아주 얄궂다. 소낙비는 오는 곳에만 온다. 심지어 소 등 타고 오는 곳과 안 오는 곳이 생긴다. 소낙비 그치고 나면 여름날 무덥던 것을 잠시 식혀 준다. 농부들은 다시 논벌로 나가기 시작한다.

강변의 물도 조금 불었다. 많은 양의 빗물을 한꺼번에 몰고 와서 갑자기 퍼부은 고마운 소낙비 덕택이다. 빗물 모여 남천 형산강으로 흐른다. 강물이 살아 있다. 시래천변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 자손대대로 꼼짝 못하고 땅 파먹고 산다. 내가 자라는 동안에도 바다를 아직 모르고 산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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