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금모래ㆍ은모래가 모이는 시래천변 | ⓒ 황성신문 | |
 |  | | ⓒ 황성신문 | 형산강 남천 시래천변에는 금모래ㆍ은모래로 이룬 백사장이 있다. 어린 날 우리를 유혹하는 장소이다. 누가 그렇게 모이라고 한 적도 없는데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서 저절로 모래바닥에 퍼질고 앉아서 왼손을 모래더미 속에 묻어 흙집을 짓고 있다. “깐~채야! 깐~채야! 헌집 줄게, 새 집 다오!”단체로 합창을 한다. 모두가 신나한다. 강가 모래는 오늘날 돈이 되었다.
비가 온다. 세상 자연 어디에도 비가 온다. 높은 산, 낮은 산 어디에도 비가 내린다. 낙엽 거두어간 숲 속에도 비가 내린다. 내린 비로 산 흙에 물을 머금는다. 오는 비가 세차게 내리면서 산골짜기로 물이 모인다. 졸졸졸 흐른다. 산골짜기에 도랑물이 되어 석벽을 무너뜨린다. 바위가 부서져 하얗고 굵은 자갈돌이 골짜기 물과 함께 떠내려간다.
골짜기마다 낮은 곳으로 모여서 큰 골짜기로 물이 모인다.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흐르는 물이 석벽을 무너뜨린다. 돌과 돌이 물 힘에 의하여 부딪힌다. 굵은 돌이 깨어진다. 산골짝 물속으로 구른다. 깨어지고 닳아서 물 따라 흐른다. 형산강 상류로부터 흘러내리는 것은 굵은 모래가 된다. 금모래다. 은모래다. 금ㆍ은모래가 천변에 실리어 모여든다.
굵은 모래가 밤낮으로 물에 휩쓸리어 부딪히고, 부딪혀서 작은 모래가 된다. 곱고 고운 모래가 된다. 새하얀 모래가 된다. 어린아이가 잠을 잘 때도, 우리가 모래흙집을 지어도 물 밑으로 흐르면서 고운 모래가 된다.
처음에는 이렇게 곱고 고운 모래가 어디에서 모였다가 우리 곁으로 찾아오는지 몰랐다. 마냥 우리는 손에 쥐어도 처음부터 보드라운 모래인 줄만 알았던 것이다. 마을 안길에 비만 오면 진창이 된다. 아버지는 동네 어른들을 모아서 천변의 금ㆍ은 모래를 퍼다 깔아 두었다. 이제 비가와도 질지 않아서 좋다. 진즉에 그렇게 모래를 깔았으면 좋았을 걸, 왜 몰랐을까?
강물 따라 내려온 모래는 오늘날 건축용으로 호가를 한다. 거랑은 우리 인간에게 물도 주고, 모래도 준다. 나무도, 풀도 준다. 봄이면 산나물도 준다. 강물 따라 내려온 모래가 톱을 이룬다. 모래 언덕이 생겼다.
사행천 따라 모래는 기어이 바다로 갈 것인가? 형산강 남천 시래천변에 쌓인 모래는 추억을 속복소복 쌓아 둔다. 강물 따라 온 새하얀 모래는 어린 날 까치집만 지은 것이 아니다. 우리들 백사장 최고의 안전놀이 장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