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이승과 저승의 강 | ⓒ 황성신문 | | 사람은 죽어 북망산으로 간다. 북망산 가려면 강을 건넌다. 그 강은 죽음으로 건너는 강이다.
자연의 실체로는 그냥 강이지만 죽는 마당에 꿈꾸는 것은 북망산 가는 강이다.
강은 초월한 시간을 가른다. 이편과 저편으로 강은 나누어진다.
강이 있기에 이쪽, 저쪽이 생긴 것이다. 이쪽 사람들은 저쪽으로 강을 건너지만, 저쪽 사람들은 이쪽으로 강을 바라볼 뿐이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 나이가 적은 사람도 먼저 갈 수 있고, 나이가 많아도 오래 장수하는 사람도 있다.
죽음은 살아 있는 자에게 슬픔이요, 죽은 자에게는 영원히 편안한 유택을 찾아가는 것이다.
형이 넷인데 가장 먼저 돌아가신 분은 셋째형이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발발하자 열아홉인데 자원입대하였다. 그렇게 늘 용감하였다.
예순다섯에 지병으로 남자 형제 중에 가장 먼저 돌아가셨다.
그렇게 밀개산 중허리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유택이다.
셋째형이 죽음의 강을 건너자 가장 두려워 한 분이 큰형이다.
큰형은 젊어서 소다(soda)과용으로 손바닥 크기의 위를 잘라 내고도 건강하게 자연생명을 사셨다. 일흔하나에 이르러 후두암이 왔다.
셋째 형이 후두암으로 가시는 것을 보고 수술을 급하게 서두르고 말았다.
큰형은 K대학교병원에서 수술을 잘 마쳤다고 연락이 왔다. 수술 후 요양하러 선산 밀개산 암자(밀개산 三正寺, 현재 폐사)에 들었다.
문안차 모두 산속 암자로 찾아왔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으로 한 달 만에 강을 건너고 말았다. 암자 밑에 큰형님의 유택이 있다.
둘째형은 천식으로 평소에 고생하셨다. 세혈(細血)이 터져 K대학교병원에서 수술로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일흔아홉에 그만 강을 건넜다. 그렇게 형 넷 중에 75%나 그만 강을 건너고 말았다.
그 강은 시래천인가?
우리 집안은 단명 가족인가? 사람 살면서 잘 사는 꿈만 꾸면 될 터인데…. 어떠한 꿈을 꾼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은 현실로 다가와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
북망산이 문지방만 넘으면 북망산이라 한다. 사람 살아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60대 중반부터 강을 모두 한 사람씩 건너고 있다.
영원히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다툼을 피하고 누구에게나 기쁨의 소리 전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강을 건너는 것이다.
강은 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찾아가면 잘(?) 건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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