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언론사가 주최하는 민간 행사에 경주시가 수억 원의 예산을 들여 후원한 ‘K-트로트 페스티벌 경주2022’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 경주시가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의 일상을 위로한다며 시비(3억 원), 도비(3억 원) 등 총 6억 원을 들여 특정 언론사가 주관하는 K-트로트 페스티벌 공연이 화려하게 열렸다.
하지만 문제는 초강력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경주에서 1회성 공연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시민 박모(53)씨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재민들이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경주시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좋은 취지라는 것은 알겠지만 이런 시국에 큰 예산을 들여 잔치를 하는 모양세의 공연을 한다는 것은 수재민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5일 주낙영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태풍 힌남노 피해복구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수재민들의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민·관·군이 전력을 다해 피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외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통해 자력으로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길 바란다.”며 시민들의 피해 복구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이날 공연에는 이름만 들어도 화려한 트로트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행사이다 보니 초대권 확보에 경쟁이 치열해져 시는 추첨을 통해 초대권을 배부할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수해복구보다 온통 이번 공연에 쏠렸다.
경주시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시민들의 피해복구 의지를 엉뚱한 방향으로 이끈 모양세다.
그렇지 않아도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면서 경주시는 물론 전국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잇따라 열릴 것으로 예상돼 피해 복구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해 복구에 전력을 기울이며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경주시가 이 같은 축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말과 행동이 다른 ‘엇박자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복구에 참여한 한 자원봉사자는 “일회성 행사에 수억 원을 지출하는 것보다는 태풍 피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수재민들을 위해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현장에서 실의에 빠진 수재민들을 보면서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상상도 안 해봤다”며 이번 공연 행사에 분통을 터뜨렸다.
또 시민 정모(53)씨는 “코로나 때문에 4년 만에 열리는 경주 시민체육대회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통이 있는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태풍 때문에 연기한다고 하는데 이 행사는 연기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를 모르겠다”며 시민을 위한 행사인지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기 위해 페스티벌 행사가 마련됐다”면서 “태풍으로 인해 연기나 취소도 고려해 봤지만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운 데다 연기·취소로 인한 예산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진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주지역의 피해 상황을 감안하면 축제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시국이 시국인 만큼 페스티벌 행사에 시민들의 혈세가 들어가는 만큼 경주시가 이를 재난 복구에 보태거나 수해를 입은 시민들의 일상 회복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데 쓰여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현명한 선택을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여론도 제기되고 있다.
경주시가 태풍 피해로 인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가운데 시민들은 뒤전인 채 뜬금없이 특정 언론사가 주최하는 일회성 행사에 거액의 예산을 들여 동조한 것에 대한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가 현명한 판단으로 공연 관련 예산을 지역 경기 회복 및 피해지역 주민 재난지원금 등으로 재편성해 태풍 피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일상을 하루빨리 되돌려 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비난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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