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산 달집태우기 | ⓒ 황성신문 | |
 |  | | ⓒ 황성신문 | 정월 대보름날은 평소에 안 보이던 풍정이 보인다. 총각들이 대보름날 달뜨는 것을 가장 먼저 보고 소리 지르면 그 총각이 그 해에 장가갈 수 있다고 하는 일이 사회에 만연하던 때이다.
음력 매월 15일이 되면 보름날이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날은 일 년 중에 한 번 뿐이다, 그해 상원 상달이고, 정월 보름날에만 대보름달이 뜬다. 농사짓던 시절에는 대보름달이 그만큼 중요하다. 슈퍼 문이 뜬다든가, 유난히 붉다든가 하면 여러 가지 별난 일들이 일어날 것처럼 입을 모은다.
농경사회에서는 무슨 일이나 농사짓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어린 우리들은 대보름날에 무슨 큰 일 낼 것처럼 통조림 깡통을 구해다가 밑바탕을 뒤집어 송곳 놓고 망치로 구멍 낸다. 벌집처럼 구멍이 생기게 만든다. 이제는 깡통걸이 걸려고 윗부분 양쪽에 구멍 만들어 철사를 꿴다. 그렇게 대보름날 쥐불놀이 장비(?)가 완성된다.
오후 서너 시쯤부터 벌써 동해남부선 부산 쪽 신호기 마을 어른들이 모여 있다. 철로 위에서 기차 통과시간을 피해가며 토함산 정상에 혹시 달떠 오를까싶어 기다리고 있다. 철둑 밑에서는 쥐불놀이 하려고 나무 꺾어 넣고 불붙이고, 긴 줄을 돌려 저절로 불이 붙도록 흔들어 댄다. 처음에 연기가 나오다가 발화되면 불꽃이 보이고 쥐불놀이가 준비된다.
청년들은 이미 밀개산 정상에 올라 그곳에다 달집 짓는다. 고장에서 대보름달 보려고 여러 곳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가장 낮은 조양동 솔매산에도, 불국사 가는 대덕산, 신라수도 남산이 못된 개남산에도 연기가 오른다. 제법 높은 마석산에도, 토함산 중허리에 있는 신계 쪽 산, 우리 마을 앞 밀개산에도 연기가 피어오른다. 간혹 총각인 듯 애절한 소리가 들린다. “달 봤다!”자기가 가장 먼저 뜬 보름달을 본 것처럼 고함지른다. 이산에서도, 저산에서도 시래천 가운데 두고 경쟁하듯 대보름달 뜬 것을 봤다는 고함이 늑대소년이 했던 것처럼 스스럼없이 합창한다.
마을마다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산 달집”짓고 함성 지르는 것이 무슨 큰일이나 하는 것처럼 설쳐댄다. 요즘 같으면 소방서에서 잡아갈 일이지만 민둥산이라 나무가 잘 없던 시절이기에 산 달집도 만들 수 있다. 그래 그해 정월 대보름달이 마침내 치솟아 올랐다. 봉홧불처럼 치솟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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