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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의 철사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07일(금) 14:06

↑↑ ▲ 사라호 태풍에 삭불이 집 떠내려가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아버지는 농사지으면서 목수 일을 하였다. 그래서 반 농부요, 반 목수이다. 현대의 목수가 아니고, 초가를 짓는 그런 목수이다. 목수하면 저절로 무엇이라도 만들 기회가 생긴다. 오래 사용하던 도마, 칼자루, 낫자루 등도 마을에서 우리 집으로 찾아와 수리하여 간다.

사라호 태풍이 오기 전 시래천 방죽에 홍수를 방지하려고 흙으로만 막지 않고 쇠 그물로 만든 철망 속에 자갈을 집어넣어 제방으로 만든 것이다. 제방 만든 지 오래 이고 보면 철망의 철사가 녹 쓸고. 삭아서 떨어지고 어린 우리가 노는데 위험이 노출되어 있다.

돌 철망의 철사는 상당히 굵은 철사도 있다. 간혹 집에 못을 사용하여야 할 때 없으면 방죽의 철사를 망치로 두드려 끊어서 가져오곤 하였다. 얼마나 위험한 짓인가? 홍수나면 물 막아 줄 돌 철망이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시래천은 강폭이 좁고 사행천으로 꼬불꼬불 물이 흐르다가 홍수가 나면 모래까지 떠내려 와서 물길의 수압에 의해 박차고 흐른 결과의 강이다. 평년에는 조용히 물이 흐르다가 홍수가 날라치면 노도의 물결이 일고, 둘러가던 물길이 바로 뚫리고 만다. 물의 힘이 괴력이 된다. 평소 방죽을 높이고 튼튼히 하지 아니하면 홍수에는 기어코 일을 저지르고 말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다. 그 방죽의 돌 철망 철사를 끊어 개인이 사용하려고 하다니? 그 일로 인하여 그렇게 1959년 추석 날 아침에 둑이 무너지고 만 것일까? 방죽 외딴집도 떠내려가고, 우리 묘답 다섯 마지기 논에도 모래가 덮어씌우고 만 것이다. 심어둔 벼는 파묻혔다.

네덜란드 한 소년이 물새는 방죽의 구멍에다 여린 손가락으로 막아 큰 위기를 면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방죽의 돌 철망 철사를 끊어다가 못으로 사용하였으니 크나큰 잘못을 저질렀다. 우리 집 꼴머슴 삭불이네 집도 홍수에 떠내려가게 된 것이 아닐까? 늘 미안해졌다.

마을의 방죽에 돌 철망 철사를 동네 사람들이 수시로 망치 들고 끊어 댔으니 이런 민망할 데가 어디 있겠는가? 지나고 보니 큰 범죄를 저질렀다.

방죽의 돌 철망에 철사는 곧 국가의 재산이요, 공동으로 사용하는 방죽으로 홍수 방어수단인 것이다. 강가에 살면서 그 위험한 것을 모르고 살았던 어린 날이 후회스럽다. 저절로 고개 숙여진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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