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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 밑에서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14일(금) 15:19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어린 날 추우면 집으로 들어갈 생각은 않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면서 추위를 스스로 체험하려고 떨고 있다. 그것도 방죽 밑에서 흙더미 파고 강바닥의 납작한 돌을 주어다 모았다. 방처럼 구들 놓고, 아궁이도 만들어 불 지피고 달아오르는 구들 돌바닥 위에 따뜻함을 느끼고자 하였다.

몇 살 많은 동네 형들이 시키면 어린 우리들은 무슨 일이든 모두 하였다. 그래야만 형들 따라다니며 같이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하고 놀았든가? 형들 따라 같이 그렇게 놀려고 하였던가?

시래천변 방죽에는 보드라운 모래가 많다. 그 모래 바닥에 놀면 되는데 몇 살 많은 형들이 기어이 일을 만든다. 거랑바닥에 가서 납작한 돌을 주워 오라는 것이다. 어린 우리들은 형들이 시키는 일에 절대복종하였다. 무거운 돌을 들고 낑낑거리면서 갖다 모았다. 돌까지 모아 두고 방죽 밑에다 방구들 만들 생각을 하였다. 방죽 넘어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는 데 집에 갈 생각 없이 형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그것도 놀이라고 놀았다.

굵고 못생긴 돌은 구들의 받침돌로 되고, 납작하고 얇은 돌은 구들장이 되었다. 제법 넓게 잡아서 방구들처럼 놓은 것이다. 오후 내내 오늘은 방죽 아래 방구들 놓는 일을 하였다. 돌을 깔아 널찍한 방구들을 만들었다.

낙엽과 나무꼬챙이를 주워 모았다. 형들은 몇 살 적은 우리들에게 심부름 시키는 것이 재미난 모양이다. 방구들 놓고, 아궁이를 만들어 제법 방처럼 만들었다. 아궁이에다 불을 지피니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형들이 무서운 일을 저지르고 있다. 추우면 집에 들어 갈 일이지 왜 노천에다 방구들을 만들어서 불까지 지피게 된 것일까?

그렇게 방구들 만들어 불 지피고 달아오르는 돌의 뜨거운 맛을 느껴야 했을까? 불 지피니까 덜 막힌 구멍마다 연기가 오르면 모래를 퍼부어 막았다. 그런 것을 보고 재미나 하고 놀았던 형들이 얄미웠다.

집에서는 할 일들이 기다리는데 도무지 집에 들어가려고 생각도 아니 하고 오로지 나잇살 든 형들과 같이 노는 재미에 빠졌다. 돌 줍고, 나무 꼬챙이 주우며 그것이 무엇이라고 방죽 밑에 흙바닥에서 놀았든가?

시래천 방죽 길가 하얀 민들레 한 포기가 어린 날 저지른 일을 알고 있듯 비웃고 있다. 새 하얀 민들레가 피어서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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