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6-13 오후 03:18:3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방죽 밑에서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14일(금) 15:19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어린 날 추우면 집으로 들어갈 생각은 않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면서 추위를 스스로 체험하려고 떨고 있다. 그것도 방죽 밑에서 흙더미 파고 강바닥의 납작한 돌을 주어다 모았다. 방처럼 구들 놓고, 아궁이도 만들어 불 지피고 달아오르는 구들 돌바닥 위에 따뜻함을 느끼고자 하였다.

몇 살 많은 동네 형들이 시키면 어린 우리들은 무슨 일이든 모두 하였다. 그래야만 형들 따라다니며 같이 놀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기에 그렇게 하고 놀았든가? 형들 따라 같이 그렇게 놀려고 하였던가?

시래천변 방죽에는 보드라운 모래가 많다. 그 모래 바닥에 놀면 되는데 몇 살 많은 형들이 기어이 일을 만든다. 거랑바닥에 가서 납작한 돌을 주워 오라는 것이다. 어린 우리들은 형들이 시키는 일에 절대복종하였다. 무거운 돌을 들고 낑낑거리면서 갖다 모았다. 돌까지 모아 두고 방죽 밑에다 방구들 만들 생각을 하였다. 방죽 넘어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는 데 집에 갈 생각 없이 형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고 그것도 놀이라고 놀았다.

굵고 못생긴 돌은 구들의 받침돌로 되고, 납작하고 얇은 돌은 구들장이 되었다. 제법 넓게 잡아서 방구들처럼 놓은 것이다. 오후 내내 오늘은 방죽 아래 방구들 놓는 일을 하였다. 돌을 깔아 널찍한 방구들을 만들었다.

낙엽과 나무꼬챙이를 주워 모았다. 형들은 몇 살 적은 우리들에게 심부름 시키는 것이 재미난 모양이다. 방구들 놓고, 아궁이를 만들어 제법 방처럼 만들었다. 아궁이에다 불을 지피니 연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형들이 무서운 일을 저지르고 있다. 추우면 집에 들어 갈 일이지 왜 노천에다 방구들을 만들어서 불까지 지피게 된 것일까?

그렇게 방구들 만들어 불 지피고 달아오르는 돌의 뜨거운 맛을 느껴야 했을까? 불 지피니까 덜 막힌 구멍마다 연기가 오르면 모래를 퍼부어 막았다. 그런 것을 보고 재미나 하고 놀았던 형들이 얄미웠다.

집에서는 할 일들이 기다리는데 도무지 집에 들어가려고 생각도 아니 하고 오로지 나잇살 든 형들과 같이 노는 재미에 빠졌다. 돌 줍고, 나무 꼬챙이 주우며 그것이 무엇이라고 방죽 밑에 흙바닥에서 놀았든가?

시래천 방죽 길가 하얀 민들레 한 포기가 어린 날 저지른 일을 알고 있듯 비웃고 있다. 새 하얀 민들레가 피어서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북문화관광공사, PATA 연차총회 국비 요청..
주낙영 시장, 새 정부 출범 위기 아닌 도약으로 삼자..
경주시, 경북 시장군수 정기회의 개최..
경북도, ‘경북 바이오산업 엑스포’ 착수 보고회..
경북도-경주시, K-MISO CITY 선포식 개최..
APEC 대비 지능형교통체계 구축 본격 착수..
경주시 보건소, 도예 태교교실 운영..
외동 산단 환경개선 통해 아름다운 거리 조성..
경북문화관광공사, 경북 여행 MVTI 발행..
경주시 지역 중소기업 해외 진출 본격 추진..
최신뉴스
주낙영 시장, 새 정부 출범 위기 아닌 도약으로 삼자..  
감포 모곡권역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선정..  
경주시, APEC 앞두고 식품안전 협력체계 강화..  
경주시, 경북 시장군수 정기회의 개최..  
APEC 대비 지능형교통체계 구축 본격 착수..  
경주 출신 장경탁 선생, 6월의 독립운동가 선정..  
경주시 신성장산업 육성 중간 보고회 개최..  
경주시 ‘무장애 도시 조성 기본계획’ 보고회..  
경북도-경주시, K-MISO CITY 선포식 개최..  
경주시 지역 중소기업 해외 진출 본격 추진..  
외동 산단 환경개선 통해 아름다운 거리 조성..  
경주시 보건소, 도예 태교교실 운영..  
윤순례·조창환, 동리문학·목월문학상 선정..  
경주 70세 이상 어르신 시내버스 무임카드 발급..  
위기가구 발굴로 복지사각지대 없는 경주 만든다..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