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체육시설이나 훈련장이 없어요”
지난 8일 스포츠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 되는 ‘제9회 경주시 장애인 어울림 체육대회’가 열린 후 참가했던 선수의 푸념이다.
그간 경주시는 각종 체육대회 유치 등을 통한 스포츠 관광 도시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를 위해 대대적인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나선 반면 장애인체육 환경 조성에는 소홀한 탓에 “장애인들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는 스포츠 관광 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확충된 인프라를 시민에게 제공해 모든 시민이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걸고 본격적인 스포츠 시설 확충에 나섰다.
현재 경주시는 축구 전지훈련 특화 시설인 에어돔, 베이스볼파크 제3구장, 불국 축구훈련장 등을 건립 중에 있다.
이와 함께 권역별 파크 골프장(5개), 외동테니스장, 건천 생활체육관 등의 공공체육시설을 지으며 스포츠 복지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작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맞춤형 장비나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장애인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체육 시설은 경주시장애인체육관과 경주시국민체육센터, 알천 파크골프장 정도다.
이 마저도 경주시장애인체육관은 3,086㎡에 1,022㎡의 2층 건물로 좁은 면적에 대부분 배드민턴, 탁구 두 종목에 집중돼 있어 타 종목 장애인체육선수들 이용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또 시민과 함께 이용해야 하는 경주시국민체육센터와 보문 알천파크 골프장의 경우는 일부 미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비장애인들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과 “동작이 너무 느리다”, “왠지 좀 불편하다”는 민원이 제기되는 등 시민과 장애인 간 갈등이 초래되면서 장애인들이 시설 이용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평소 꾸준한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는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통한 신체적 건강은 물론 사회관계망 형성 등을 통한 정신적 건강 측면에서도 많은 효과가 검증됐다.
장애인 협회 관계자는 “장애인 스포츠 종목은 15가지 장애 유형에 따라 다양하고, 한 종목 안에서도 등급이 나눠져 있기 때문에 장애인을 위한 체육시설이라고 하면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생활밀착형(장애인형) 국민체육센터(이하 반다비체육센터) 건립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반다비체육센터는 2018년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최 성공을 계기로 체육을 통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생활권 내에서 함께 건강증진과 건전한 여가문화 활동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다.
하지만 경주시는 예산 부족과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시설 확충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반다비체육센터 건설은 많은 예산이 소요되고 특히 일반인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체육시설도 저렴한 시설 이용료 등으로 인해 경영난에 시달려온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장애인형 성격의 반다비체육센터는 수요 부족은 물론 사회적약자 할인 및 무료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심각한 재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서 센터 건립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이어 그는 “시설을 확대하기 보단 현재 건립 중에 있는 공공체육시설이 완공되면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만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애인생활체육은 예산, 환경, 제도 등의 관점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일상에서 생활체육 참여의 기회를 보장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라는 인식을 제고해 정부·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이 협력을 강화해 진정한 스포츠 복지사회를 실현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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