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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형과 불도저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10월 21일(금) 13:02

↑↑ 불도저가 저절로 움직인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시래천 추억이다. 다섯 살 많은 넷째 형과 시래천 추억이다. 그 시대에 불도저(Bulldozer)라는 것은 괴력의 힘을 가진 괴물이라 처음 보았다.

불도저가 마을 앞에서 굉음내고, 흙 퍼다 제방 만들고 있다. 그 굉음 소리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나와 구경하고 있다. 넷째 형은 가장 먼저 나와 있다.

아버지가 소 풀 베러 가라고 하였는데 그 일은 하기 싫어 점심도 굶은 채로 언덕에 엎드려서 불도저 운전하는 아저씨를 관찰하고 있다.

그렇게 오전 내내 굉음 내던 소리가 멈추고, 아저씨가 점심 먹으려고 자리를 떴다.

빈 불도저는 제 할일을 쉬고, 캐트필러(Caterpillar)로 꽉 잡고서 경사의 내리려는 힘을 이기려고 땅에 딱 붙어있다.

종일 불도저 운전하던 아저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점심도 굶던 넷째 형이 갑자기 불도저 위로 부리나케 올라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나는 깜짝 놀랐다.

종일 불도저 운전하는 방법을 혼자 익혀서 마침내 운전석 자리에 앉았다.

내가 초교 1학년 때이니 형은 6학년이다. 불도저 기사 아저씨가 열쇠를 꽂아놓아 두고 자리를 떴다. 넷째 형은 이때다 싶어서 기사가 없는 사이에 연습해 보고 싶은 마음이 충동질되어 그만 시동을 걸고 말았다.

아마도 불도저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를 밟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그 육중한 괴물이 움직이었다. 대성공이다. 그만하고 내려 왔으면 좋았을걸.

넷째 형은 마치 불도저 기사가 된 것처럼 전후진을 자유자재로 할뿐만 아니라 불도저에 달린 삽도 내렸다올렸다 하면서 흙을 푹 집어 올려서 밀고 올라가 들이부었다.

점심을 먹고 있던 기사아저씨가 혼비백산하고 날듯이 뛰어왔다. 불도저가 혼자 움직이는 원인을 그제야 알아차리고 말았다.

넷째 형은 붙잡혀서 내려와 뺨을 얻어맞아 피탈이 났다.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서 아버지께 알려드렸다. 그런 후 아버지의 일백 번 사과로 일단락이 되었다.

그러나 넷째 형은 그날 밤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이튿날이 되고, 집에 온 넷째 형을 꾸중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무슨 불도저 기사냐?” “.” 그리고 더 많은 꾸중을 한꺼번에 들었다.

넷째 형은 군입대하여 적성검사에서 숨길 수 없었다.

경기도 가평의 군 수송대로 직행하였다. 부산R-TV학원을 수료하였기에 전자기술로 나중에 대적선전대에 근무하다 제대하였다.

불도저가 스스로 움직인 사건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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