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늘 주춧돌 준비하다 | ⓒ 황성신문 | |
 |  | | ⓒ 황성신문 | 천 년 신라의 궁궐터가 남아 있고, 그 큰 절터에서도 절은 허물어지고 없지만 그 주춧돌만은 오랜 세월 아직도 남아 있다. 건축하려면 튼튼한 주춧돌 마련부터다. 주춧돌 놓는 것이 집짓기 시작이다. 아버지는 반농 반목수하면서 초가 짓는 일에 자주 동원해 식구들은 일에 이골이 났다. 사람은 건강한 체력을 가져야하듯 집짓기에서 주춧돌부터 바로 놓기이다.
아버지는 덩네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홍수가 나면 징검다리 다시 놓거나, 섶다리 놓는 일에 늘 앞장섰다. 질척거리는 고작에도 강의 모래를 퍼다 깔면 진흙이 신발에 묻어나질 않는다. 튼튼한 집짓기 위해서는 주춧돌을 잘 놓아야 한다는 것과 같다.
아버지는 많은 십 남매 자녀 낳아 논ㆍ밭 사고, 장가·시집보내어야 했기에 늘 돈이 궁했다. 가문을 잇기 위해 많은 자녀 낳은 것도 가문의 주춧돌 놓는 일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정이 궁한 것은 곡식 늘려 수매하고, 그 돈은 해마다 논ㆍ밭으로 늘여갔기 때문이다. 입는 것, 먹는 것 모두 아껴 재산을 늘여갔다. 농사짓고 집지어 팔았다. 그래서 삶의 주춧돌을 더 잘 놓았던 것 같다.
집 짓는 일을 주문받았다. 그러기에 평소에도 강으로 가서 돌을 골라 모은다. 넓적하고 평평하며 밑이 단단한 돌을 고른다. 그런 돌은 곧잘 집 지을 때 잘 깎은 기둥을 세우는데 주춧돌로 쓰여진다. 터파기 하고, 수평기 놓고 주춧돌을 심는다. 그러한 일들이 일상의 일이 됐다.
주춧돌은 초가삼간 지어도 최소한 여덟 개가 필요하다. 주춧돌 한 개를 옮기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야 모아진다. 무거운 돌은 청장년 두 사람이 나무막대에다 줄 걸어 목도하여 움직인다.
아버지의 매서운 눈길은 늘 주춧돌 찾기에 집중한다. 특히 불난 집을 값싸게 구입한 후 그 주춧돌마저 가져오는 지극정성이 보인다. 언제나 주춧돌 모으기에 집중, 집중한다. 또 무슨 일에나 열중해야 일이 잘된다.
주춧돌 보면 하나같이 그 돌이 박혀 있었던 곳의 사연을 안고 있다. 나라 지키기에도 젊은 청년들이 군사훈련을 받으면 간성(杆城)이 된다. 우리들이 돈 받고 지은 집의 주춧돌은 아직도 튼튼하다. 마치 간성과 같다.
속담에 “집이 크면 주춧돌도 커야한다”라고 했듯 상부가 튼튼하려면 하부가 튼튼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춧돌 잘 놓아 튼튼한 집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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