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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천 트럭 길, 거랑 길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2년 12월 09일(금) 15:01

↑↑ 하상 바닥길, 거랑길 따라가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가을 이후로는 비가 덜 내린다. 산골짜기로부터도 졸졸 흐르던 거랑물이 마르기 시작한다.

형산강 상류 시래천에도 물이 줄어든다. 천변언저리로는 금모래, 은모래가 도착해 어린아이가 놀기에 좋다.

그러나 물길이 고불고불 흐르다 거개 건천이 되면 물 흐르던 곳에 잔자갈이 모인다.

시골에는 트럭에다 물건을 싣고 달릴 길이 없었기에 강바닥 자갈이 모여 있는 곳으로 트럭기사가 잘 골라 다닌다.

스스로 강바닥을 다져 거랑길이 된 것이다.

울산 가는 17번 도로(오늘날 산업로)에서 거랑바닥으로 내려와 철도교 아래를 지나 트럭이 다닌 길이 잘 다져져 훌륭한 거랑길이 된다.

넓은 트럭 타이어에 짓눌리어 다져진 거랑도로를 따라 무한으로 따라가 본다.

윗시래를 지나 아랫시래, 쪼진뱅이에서 시동 새뜰로 올라가 도로로 따라가 버렸다.

어린 날 쪼작쪼작 걸어 따라 간 그 길은 참 멀고도 힘들었다.

거랑에 나설 때 뚜껑 없는 백철 주전자 들고 내 키보다 훨씬 더 큰 대소쿠리 갖고 나온 것이다.

시래천 짜지락하게 흐르는 물길 따라 풍덩거리며 한 마리 버들치 고기라도 잡을라치면 계속 잡힐 줄 알고 끝없이 따라 그 물길로 마치 길처럼 따라 내려간다.

그러다 지치면 트럭이 지나간 길, 자갈이 짓눌리어 된 임시 거랑 길바닥에 주저앉는다.

지나온 다진 길이 고불고불 보인다.

시래천 사행천에 간혹 짙푸른 잡초가 자라고, 달맞이 노란 꽃이 피어서 우리를 맞이한다.

대소쿠리로 고기 잡다가 그마져 싫증나면 강바닥 돌을 줍는다.

돌에 핀 그림이 좋다. 산도 보이고 해와 달도 보인다. 그 때는 그 돌이 수석인 줄 지정 몰랐던 것이다. 재미난 그림이 생겨 있는 돌을 본다.

흐르는 물길 따라. 강바닥 트럭 길 따라 걷다 보니 시동에서 쪼진뱅이로 거랑 길에 화물트럭 한 대가 들어온다.

무슨 짐을 그렇게 많이 실었는지 연거푸 불완전 연소된 시커먼 발암물질을 뿜어댄다.

그래도 부족한지 운전자석 위로 연통같이 생긴 곳으로 콸콸 연기를 뿜어댄다.

우리는 그런 화물자동차 운전해 가는 것도 신기해하면서 먼발치로 구경하고 있다.

드론이라도 띄우면 공중에서 그러한 하천 바닥의 짓눌린 자갈길 사행천 거랑 길을 전체로 내려다 볼 수 있을 터인데 그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형산강 상류 시래천 하상바닥에 난 자갈이 짓눌린 트럭 길은 나 혼자만이 기억하는 가장 큰 비밀인가.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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