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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무당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1월 13일(금) 15:37

↑↑ 안택굿 구경하는 동네 사람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여성의 무당은 무녀(巫女)’라고 하며, 남성의 무당은 박수라고 한다.

어린 날 새보 봇머리에 사는 동네 아주머니 집에서 굿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개인만 혜택을 받으려고 굿한 것이 아니었다. 동네 집집마다 평안하라고 마을 안택(安宅)굿을 공동 기원하던 굿이다.

무당은 인간의 소망을 신에게 고하고, 또 신의 의사를 탐지해 이를 인간에게 계시해 주는 영매자로서의 구실 맡은 것이다.

어린 날 배는 고프고 긴 밤을 지새우지 못해 엄마 손 잡고 굿하는 집에 따라갔다.

서너 평 좁은 방에도 조밀하게 앉았다. 머리방 방문을 열어두고 무녀가 칼춤 추고, 박수는 북 놓고, 사람 간이 떨리도록 우렁차고 매우 크게 쳐 대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무당은 지신강아(至神降我)’라고 해 신이 곧 자기의 육신에 접하였음을 자처했다.

자기가 말하는 것이 곧 신의 계시임을 강조함으로써 그 예언이 절대적이다.

뿐만 아니라 맹신하던 시대였기에 허울 좋게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마을 안택굿을 하는 것이다.

~ ~ ~! 콰앙! 콰앙! ~! 가슴이 떨리도록 북 치고, 타악기 흔들고, 칼춤 곁들이면 구경하는 사람들조차도 그 신비의 고성에 그만 빠져든다.

집집마다 아프고, 슬프고, 괴로움 들추어내어 신령스럽게 해결을 증명하려는 듯하다.

기원하는 말도 순진무구한 사람들을 호려댄다. 한밤에 이르러 백 떡을 나누어 준다. 떡 얻어먹으려고 귀가 뚫어져라 쳐대는 타악기 소리에도 계속 붙어 앉아 있었다.

새벽이 다가오면 굿 구경하는 사람들도 모두 졸고 있다.

그때 무당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도 모르고 타악기 소리에 점점 익숙해 선잠을 든다.

새벽이 다가오면 무당도 지쳐서 새보 봇머리에 물의 의식을 하러 나간다.

그제야 굿 구경꾼들도 잠에서 모두 깨어나 졸졸 따라 나선다. 마치 무엇에 홀릭 당한 기분이다.

제의에 임한 무당은 춤추고, 노래 부르며, 도약하고, 공수한다.

구경꾼들은 이러한 의식에 빠져들어 저절로 믿게 된다.

상 위의 음식 내려 골고루 나누어 먹는다. 참여자들이 한데 어울려 먹고 마시며, 무당과 더불어 춤추고, 노래 부름으로써 그 제의가 발휘하는 유희적 기능은 절정에 달한다.

아무렇거나 마을 기원을 위한 안택굿은 자기 마음의 위로가 되기에 잘했다고 스스로 믿게 된다.

안택굿과 연결해 생각하고, 생활하였기에 강가에 살던 우리들은 그렇게 해마다 안택굿을 잘 치러내었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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