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게를 어긋나게 들면 목발 두드린다 | ⓒ 황성신문 | | 어린 날 잊지 못하는 것은 초교 들기 전부터 서당 다닌 일이 새삼스럽다.
“유치원 가지. 왜 서당 다녔느냐?”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초교 들기 전에 250자 천자문 배우고, 초교 졸업하고 서당 다니며 지게와 친했다.
초교 졸업한 것도 교육법이 있어서 겨우 다닌 것뿐이다. 까딱했으면 평생 서당공부만 할 뻔했다. 서당 다닐 때 바지게에다 한문책, 낫과 숫돌까지 챙겨 가야만 했다. 지게는 키 작은 내 몸에 꼭 맞춰 주신 목수 아버지의 깊은 배려였다.
꼴머슴이 한 살 아래인데 나의 지게와 꼭 같다.
초교 졸업할 때 내 키는 겨우 131Cm, 그 체구에 덩그렇게 바지게 얹은 지게 지고 다녔다.
아침부터 서당은 한 번 가고, 풀베기, 나무하기는 오후 나절 연속 세 번씩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게와 무척 친하게 됐다.
“뚝~다 닥 뚝, 뚝~다 닥 뚝/지게 목발 두들기자/뚝~다 닥 뚝, 뚝~다 닥 뚝/누구는 팔자 좋아 공부하나?/지게 목발 두들기자/지게 목발 두들기는 것은 팔자소관/뚝~다 닥 뚝, 뚝~다 닥 뚝/지게 목발 피가 난다/뚝~다 닥 뚝, 뚝~다 닥 뚝/요놈의 팔자타령 웬 말이냐?/지게 목발 피가 난다/뒤집어도 내 팔자는 팔자네/소꼴 베고 소맥이고/지게 목발 두들기자/처량한 지게 목발소리 앞산에 불이난다/뚝~다 닥 뚝, 뚝~다 닥 뚝” 4분의 4박자에 맞혀 여린 어께에 매달린 지게 목발에다 두드리면 슬프게도 내 노래장단이 된다.
지게 목발 두드리면 멋진 경쾌한 소리를 타악기 소리처럼 만들어낸다.
그 소리에 심취도 되지만 동기들은 교복입고, 하고 싶은 공부 마음대로 하는데 난 지게 목발소리로 신세타령해야 했다.
강 따라 소 풀 베고, 강둑 따라 풋나무 짊어진다.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인 시절이다.
지게 목발 소리가 구슬프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강가 소년은 그렇게 그 시간을 애타게, 애타게 탄(歎)했다.
1963년 전기도 없던 불국사농촌에서 하루살이가 되어 살아가던 소년 시절이다.
서당에 다녔고, 열한 마리 소 키우기에 풀베기했다. 군불용 낙엽 모으기, 솔 갈비 긁어모아 오기는 일상 중의 큰일이다.
강가 소년은 동몽선습, 계몽편 문장 외웠다.
강 따라 바지게 얹은 지게에 풀 베어 지고서 지게 작대기 목발 두들기며 사는 삶이다.
“뚝~다 닥 뚝, 뚝~다 닥 뚝~!”그렇게 지게 목발에 맞추어 스스로 신세를 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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