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강물은 흐르다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03일(금) 16:03

↑↑ 형산강 남천 시래천 강물과 대화 한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조요한 달빛을 혼자 받으며 부엉이 소리 듣고 옴츠러드는 외딴집 소년이 달밤을 걷는다. 들판 언덕길 무서워하며 길 걷는다. 하늘에 달린 흰 달이 내가 걷는 만치 자꾸 따라나선다. 왜 달이 따라 오지. 그냥 무섭다. 그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강물소리 들린다. 꼴꼴~ ~. 강물이 흐른다.

강가 살면서 우연히 강물소리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강에 대하여 무심하였든가? 강은 누가 불러주어 강이 되었나? 강이 있어 강물이 흐르고, 강물소리 되어 귀를 즐긴다. 강가 둑 위에 누워 늦은 밤 허연 여성의 치마를 구경하듯 강물 흐르는 소리에 시간이 흐른다. 강물이 흐르다.

묘답 다섯 마지기 논둑이 강둑이다. 밤의 논바닥은 검푸르다. 다만 고랑과 고랑사이에 간혹 물빛이 어리어 보이고, 저만치 떨어진 역사(驛舍)의 가로등불 빛이 졸고 있다. 낮이 아니고 서늘한 바람 부는 강둑에서 토함산 밤나들이 가는지 서른 세 굽이마다 들고 날 때 자동차 불빛이 헛갈린다.

동네사람 한둘 나와 강둑에 앉으며 인사한다. 올해 농사는 강물이 갖다 준 고마운 물로 풍년이 들 것이라 한다. 뒷집 아저씨는 그것은 두고 보아야 안다고 거든다. 얼굴에 우수어린 뒷집아저씨는 늘 불만이 가득하다. 아마도 왜 긴 강이 있느냐, 짧은 강으로 끝나지.”하고 투덜댈 듯하다.

저마다 강의 추억을 만들었으리라. 형산강은 길다. 저 멀리 동해바다로 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듯 시원하게 듣고 느낀다. , 허연 강물은 흐르다.

밤낮 없이 시간은 흐른다. 강물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한밤에도 흐른다. 여름 태풍이 몰고 오는 소낙비를 맞아들이기도 한다. 강이 누굴 탓하랴! 냅다 태풍의 여파로 홍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물은 흐를 뿐이다.

강물과 마주하여 대화를 한다. 하늘의 은하수도 내려다보면서 칠월칠석날에 칠석 비 내릴지 정한다. 북두칠성이 가로질러 ×을 한 바가지 퍼 준다. 지독한 냄새로 격하다. 강물이 씻어준다. 강물의 고마움에 다시 대화한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강물 가는 곳으로 가고 싶어 마침내 강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저보다 너르고 큰 세상 보고 싶어 태평양이 있는 동해로 찾아 가겠지.

나는 강물과 지금도 어린 날처럼 대화하며 산다. 그렇게 강물은 흐르다.

조요한 달빛을 혼자 받으며 부엉이 소리 듣고 옴츠러드는 외딴집 소년이 달밤을 걷는다

. 들판 언덕길 무서워하며 길 걷는다. 하늘에 달린 흰 달이 내가 걷는 만치 자꾸 따라나선다. 왜 달이 따라 오지. 그냥 무섭다. 그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강물소리 들린다. 꼴꼴~ ~. 강물이 흐른다.

강가 살면서 우연히 강물소리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강에 대하여 무심하였든가? 강은 누가 불러주어 강이 되었나? 강이 있어 강물이 흐르고, 강물소리 되어 귀를 즐긴다. 강가 둑 위에 누워 늦은 밤 허연 여성의 치마를 구경하듯 강물 흐르는 소리에 시간이 흐른다. 강물이 흐르다.

묘답 다섯 마지기 논둑이 강둑이다. 밤의 논바닥은 검푸르다. 다만 고랑과 고랑사이에 간혹 물빛이 어리어 보이고, 저만치 떨어진 역사(驛舍)의 가로등불 빛이 졸고 있다. 낮이 아니고 서늘한 바람 부는 강둑에서 토함산 밤나들이 가는지 서른 세 굽이마다 들고 날 때 자동차 불빛이 헛갈린다.

동네사람 한둘 나와 강둑에 앉으며 인사한다. 올해 농사는 강물이 갖다 준 고마운 물로 풍년이 들 것이라 한다. 뒷집 아저씨는 그것은 두고 보아야 안다고 거든다. 얼굴에 우수어린 뒷집아저씨는 늘 불만이 가득하다. 아마도 왜 긴 강이 있느냐, 짧은 강으로 끝나지.”하고 투덜댈 듯하다.

저마다 강의 추억을 만들었으리라. 형산강은 길다. 저 멀리 동해바다로 간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시원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듯 시원하게 듣고 느낀다. , 허연 강물은 흐르다.

밤낮 없이 시간은 흐른다. 강물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한밤에도 흐른다. 여름 태풍이 몰고 오는 소낙비를 맞아들이기도 한다. 강이 누굴 탓하랴! 냅다 태풍의 여파로 홍수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강물은 흐를 뿐이다.

강물과 마주하여 대화를 한다. 하늘의 은하수도 내려다보면서 칠월칠석날에 칠석 비 내릴지 정한다. 북두칠성이 가로질러 ×을 한 바가지 퍼 준다. 지독한 냄새로 격하다. 강물이 씻어준다. 강물의 고마움에 다시 대화한다.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강물 가는 곳으로 가고 싶어 마침내 강으로 갈 것이다. 그러면 강물은 흘러, 흘러 어디로 가겠니? 저보다 너르고 큰 세상 보고 싶어 태평양이 있는 동해로 찾아 가겠지.

나는 강물과 지금도 어린 날처럼 대화하며 산다. 그렇게 강물은 흐르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주낙영 시장, APEC 성공 위해 공사 현장 직접 챙겨..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