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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목로주점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10일(금) 16:48

 

↑↑ 빈수골 목로주점(그림 좌상)
ⓒ 황성신문

ⓒ 황성신문
동네에서 폴짝 돌다리를 건너면 삼밭골 지나 건너동네 중뱅이 빈수골에 목로주점이 있다. 게다가 도회지 아가씨를 몇 데려다 놓으니 농사철 일해야 하는 대낮부터 흥청망청 노랫가락 들린다. 막걸리 따라 주는 곳이다. 남정네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목로주점인 줄만 알았는데 그 풍정이 가관이다. 강 건너 빈수골에 색주가가 생겨서 농촌사회가 술렁인다. 시대적으로 놀랄 일이다.

아가씨 데리고 술 마시는 술집에는 이른 시간부터도 장사가 된다. 호주머니에 몇 푼의 돈이 생기면 집 돌볼 생각은 없고, 술집을 드나든다. 흰 옷 입은 남정네들의 발걸음이 절로 자꾸 모인다. 목로주점이 번창해진다. 기차역에서 형산강 남천 시래천을 건너 방어리 나가는 산 밑 외딴 집이다.

낡은 벽 위에는 술통이라는 즉흥시가 액자로 한 편 걸리어 있다. “내가 죽으면/술통 밑에 묻어 줘/운이 좋으면/밑동이 샐지도 몰라하하하. 술꾼 남정네들은 내일 죽어도 오늘은 술을 마셔야 하는 모양이다.

그 목로주점 집은 맞배집으로 다섯 칸이나 된다. 왼쪽 방에는 술통을 쟁여 놓고 그곳에서 안주도 세팅하며, 흰 사발을 켜켜이 빼곡히 쌓아 두었다. 시골마을에 네 칸이나 모두 술청을 차렸다. 방마다 아가씨가 기다린다. 쭈그러진 주전자가 오늘도 주인 만나려고 일렬로 매달려 기다린다.

어린 소년 우리들도 이 달렸다고 호기심이 동하였다. 서넛이 모여 뒤뜰 언덕위로 가서 봉창으로 들여다본다. 남정네 두 셋이 방마다 들어 앉아 아가씨 허리춤을 감싸 안고, 젖 같은 뿌연 막걸리를 백 사발에 붓는다. 무슨 술 원수를 만난 것처럼 마구 들이킨다. 유행가와 육자배기 부르면서 자연의 시간을 죽인다.

남정네들은 집을 잊어버리고 부어라 마셔라, 끝없이 막걸리로 취해간다. 우리 집에 세든 부산에서 온 M씨 아저씨도 그곳에 세월을 무작정 쓰고 있다. 딸 넷 낳고, 자동차부속품을 팔아서 제법 돈을 쥐고 사는 분이다. 아들 생각에 술 마신다.

저녁 여섯 시 통근기차가 불국사역에 도착하여 떠나면서 사람들이 줄지어 그 술집으로 들어간다. 목로주점은 사람을 빨아들인다. 셋째형 구멍가게에는 손님이 없다. 잘 팔리던 잔술도 안 팔린다. 곧 접어야 할 것 같다.

목로주점 술집에는 하루가 다르게 술꾼들로 가득 찬다. 그곳에는 낮도깨비가 나오던 곳인데 세 내어, 수리하고 다듬더니 제법 변신시킨 곳이다.

술집아가씨라는 소프트웨어 곁들여 강가 산 밑에서 목로주점 문전성시 이룬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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