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강 건너 목로주점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10일(금) 16:48

 

↑↑ 빈수골 목로주점(그림 좌상)
ⓒ 황성신문

ⓒ 황성신문
동네에서 폴짝 돌다리를 건너면 삼밭골 지나 건너동네 중뱅이 빈수골에 목로주점이 있다. 게다가 도회지 아가씨를 몇 데려다 놓으니 농사철 일해야 하는 대낮부터 흥청망청 노랫가락 들린다. 막걸리 따라 주는 곳이다. 남정네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목로주점인 줄만 알았는데 그 풍정이 가관이다. 강 건너 빈수골에 색주가가 생겨서 농촌사회가 술렁인다. 시대적으로 놀랄 일이다.

아가씨 데리고 술 마시는 술집에는 이른 시간부터도 장사가 된다. 호주머니에 몇 푼의 돈이 생기면 집 돌볼 생각은 없고, 술집을 드나든다. 흰 옷 입은 남정네들의 발걸음이 절로 자꾸 모인다. 목로주점이 번창해진다. 기차역에서 형산강 남천 시래천을 건너 방어리 나가는 산 밑 외딴 집이다.

낡은 벽 위에는 술통이라는 즉흥시가 액자로 한 편 걸리어 있다. “내가 죽으면/술통 밑에 묻어 줘/운이 좋으면/밑동이 샐지도 몰라하하하. 술꾼 남정네들은 내일 죽어도 오늘은 술을 마셔야 하는 모양이다.

그 목로주점 집은 맞배집으로 다섯 칸이나 된다. 왼쪽 방에는 술통을 쟁여 놓고 그곳에서 안주도 세팅하며, 흰 사발을 켜켜이 빼곡히 쌓아 두었다. 시골마을에 네 칸이나 모두 술청을 차렸다. 방마다 아가씨가 기다린다. 쭈그러진 주전자가 오늘도 주인 만나려고 일렬로 매달려 기다린다.

어린 소년 우리들도 이 달렸다고 호기심이 동하였다. 서넛이 모여 뒤뜰 언덕위로 가서 봉창으로 들여다본다. 남정네 두 셋이 방마다 들어 앉아 아가씨 허리춤을 감싸 안고, 젖 같은 뿌연 막걸리를 백 사발에 붓는다. 무슨 술 원수를 만난 것처럼 마구 들이킨다. 유행가와 육자배기 부르면서 자연의 시간을 죽인다.

남정네들은 집을 잊어버리고 부어라 마셔라, 끝없이 막걸리로 취해간다. 우리 집에 세든 부산에서 온 M씨 아저씨도 그곳에 세월을 무작정 쓰고 있다. 딸 넷 낳고, 자동차부속품을 팔아서 제법 돈을 쥐고 사는 분이다. 아들 생각에 술 마신다.

저녁 여섯 시 통근기차가 불국사역에 도착하여 떠나면서 사람들이 줄지어 그 술집으로 들어간다. 목로주점은 사람을 빨아들인다. 셋째형 구멍가게에는 손님이 없다. 잘 팔리던 잔술도 안 팔린다. 곧 접어야 할 것 같다.

목로주점 술집에는 하루가 다르게 술꾼들로 가득 찬다. 그곳에는 낮도깨비가 나오던 곳인데 세 내어, 수리하고 다듬더니 제법 변신시킨 곳이다.

술집아가씨라는 소프트웨어 곁들여 강가 산 밑에서 목로주점 문전성시 이룬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주낙영 시장, APEC 성공 위해 공사 현장 직접 챙겨..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