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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만 이전한 유령회사가 경주경제 망하게 한다
수의계약 후 하도급 수수료만 챙겨...철퇴 가해야
경주시 형식적 실태조사...페이퍼컴퍼니 온상 키워
신용소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10일(금) 17:22
경주시가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해 수의계약 금액을 두 배 이상 상향해 지역 업체들의 참여 범위를 대폭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일각에선 페이퍼컴퍼니(Paper Company) 같은 부적격 업체들의 배만 불리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은 최근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수의계약 가능 금액을 두 배 이상 상향했다. 이와 함께 공사·용역·물품 수의계약 시 지역 업체 수주율을 높이기 위해 지역 업체 의무발주 검토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수의계약 사정률을 1~10%에서 2~7%로 낮추는 등 지역 업체들의 수의계약 참여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경주시는 사무실은커녕 간판도 없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나 용역을 따내기 위해 주소만 경주로 이전한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업체와 다수의 수의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서류로만 등록요건을 갖춘 부실·불법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며 지역 내 건실한 업체들의 입찰이나 수의계약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져 관련 지역산업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와 다수의 용역 수의계약을 맺었던 A 설계 업체를 본지 기자가 주소지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가정집으로 보이는 일반 주택이었으며, 우편함에는 시로부터 오래전 송달된 여러 개의 빛바랜 우편물이 무질서하게 꽂혀 있었다.
이곳에 설계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간판이나 사무실은 존재하지 않았다. B 업체 역시 시와 다수의 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시공 중에 있지만 업체 사무소가 위치한 지번 건물에는 저녁 시간에만 운영되는 식당으로 낮 시간엔 해당 층 전체가 어두컴컴한 상태로 정적이 흘렀다.
또 다른 업체들은 사무실이 텅 비었거나 오랫동안 굳게 닫힌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사무실은 주변 이웃에게 해당 업체에 대해 수소문해 본 결과 직원이 상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총 8개 업체를 찾아 확인해 본 결과 4개 업체가 간판을 걸고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으나 이 마저도 사무실 문에 걸린 아크릴로 만든 작은 안내판이거나 창문에 부착된 낡은 썬팅지가 전부였다.
나머지 업체는 간판조차 없는 개인 주택이거나 다른 업종을 운영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실제로 부적격 업체가 판을 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매년 시와 수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달하는 수의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사무소 운영’은 ‘수의계약대상 물품의 직접 생산 및 용역의 직접 수행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필수적인 적격심사 요건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의하면 ‘지역 업체’는 공사 현장을 관할하는 시·도안에 주된 영업소를 둔 업체로 규정하고 있다. 즉 계약담당자는 수의계약을 하는 경우 수의계약 대상자의 자격요건과 수의계약 대상 물품의 직접 생산 및 용역의 직접 수행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본지 취재결과 업체 선정 과정에 특별한 적격심사 기준이 마땅치 않은 데다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전담 부서조차 없이 각 사업부서 자체에서 관련 업체들에 대해 매년 1회 정도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부적격 업체들이 점검 일정을 사전에 입수해 점검 나올 때 만 임시로 사무실을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점검을 교묘하게 피하고 있다”고 말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페이퍼컴퍼니는 시공·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지자체에서 발주되는 공사·용역·물품 등을 낙찰 받은 후 제3자에게 하도급을 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등 편법과 위법으로 낙찰단가 상승으로 인한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게다가 하도급업체 부실 공사·임금 체불 등이 덩달아 발생하면서 건전한 지역경제 활성화 조성 전반에 걸쳐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건설 활성화를 명목으로 시공 능력, 경영상태 등 업체가 가진 사업수행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준의 ‘지역 업체 밀어주기’는 공익보다 부실·사고 우려가 크다.
시는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어진 탁상행정을 근절하고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되는 지역 업체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부적격업자의 입찰을 제한하고 적격심사 기준을 강화, 계약발주 업무 전결권 상향 등 전반적인 수의계약 운영 개선 체계를 마련해한다.
신용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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