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빈수골 목로주점 불타다 | ⓒ 황성신문 | |
 |  | | ⓒ 황성신문 | 세상 살아가는데도 호사다마가 있다. 대낮에도 남정네들이 막걸리 사발채로 마시면서 흥청망청하던 목로주점 색주가에 불이 나고 말았다. 그렇게 막이 내렸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겉으로 말은 하지 않지만 ‘그 참 속이 시원하다.’할 것이다. 외지에서 목로주점 색주가를 차린 주인아저씨는 큰 손해보고 도주하고 말았다.
선술집은 바쁜 사람들이 길거리를 지나면서 목이라도 축이도록 서서 술 한 잔 넘기고 가던 집이다. 목로주점은 조금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여유 있게 자리 잡아 술 한 잔 마시던 곳이다. 색주가는 오랜 시간을 빼앗고, 돈을 많이 쓰게 하는 돈 뺏는 술집이다. 그렇게 농촌사회에서도 돈이 오갔다.
목로주점 색주가, 동네 아주머니들에게는 눈에 밤 가시가 되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두가 싫어하던 목로주점 색주가에 화재가 나고서 속 시원해 하는 것은 잘못일까?
그날 저녁 답이면서 노을이 한창 무르익을 때 갑자기 맞배집 가운데 방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아 홀라당 타서 순간에 재로 만들어 버렸다. 해가 꼴까닥 지고, 산그늘이 내리면서 이내 어둠살이 친다. 그 순간에 맞춰 불이 난 것이다.
이는 “불노리”시다.
아! 불이 난다/불이 붙는다./목로주점 색주가에 불이 붙는다./도회지에 살다 시골까지 색주가로 온 아가씨가 운다./몸 전체가 불이 붙는다./집이 불탄다./하고 많은 삶 중에 색주가로 왔을까?/불이 탄다./불이 탄다./목로주점 색주가가 불에 탄다./어둠 내린 밤에 불노리로 불이 탄다.
온 동네사람들이 나와 양동이에 물 담아 들고, 이고 동동걸음으로 물을 퍼붓는다. 물과 불과 씨름한다. 물이 이긴다. 그렇게 시뻘겋게 달아올라 불타던 집도 불이 꺼졌다. 을씨년스럽게도 시커멓게 타다만 기둥과 연목들이 거슬리어 그곳이 맞배집 목로주점이 있었던 색주가였던가 싶을 정도로 숯덩이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순간부터 사필귀정을 바란 듯, 세상에서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목로주점 색주가는 사라졌다. 사람들이 싫어하던 것이 사라졌다. 목로주점 색주가가 불에 타 사라졌다. 한바탕 불노리가 되고 말았다.
“불노리”로 태워 버린 것인가? 사람들의 머릿속 싫어함이 맞춘 것인가? 동네 목로주점 색주가가 그렇게 바라던 대로 사라졌다. 신난 불노리 한 바탕으로 사라졌다. 그 후 동네 목로주점은 현재까지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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