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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폭발소리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2월 24일(금) 16:28

 

↑↑ 시골 물웅덩이에서 나는 폭발소리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촌에 사는 소년이 TNT와 다이너마이트를 어찌 구분하랴. 어릴 때 윗동네 젊은 부부가 풍전등화 같은 삶을 살아간다. 축전지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합선시켜 민물도랑의 미꾸라지를 잡아서 생활하였다. 이 기구 이름을 “밧데리(배터리)”라 불렀다. 물론 그 기구를 사용하여 고기를 잡으면 불법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어쩌랴.

동네에 소문이 돌았다. 희한한 방법으로 고기 잡는다고 구경 오라는 것이다. 중뱅이 마을에서 도랑타고 내린 물이 시래천에 둑도 옳게 없던 시절 그냥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던 곳이다. 물이 고이니 고기는 모여 있다.

시골이라 그 소문 듣고 구경하려고 바글바글 모여들었다. 거개가 어린 조무래기들이다. 다이너마이트를 웅덩이 가운데 넣어두고 멀리 둑에서 어떻게 조작하는지는 어려서 잘 몰랐다. 꼭 궐련 담배모양의 다이너마이트라는 폭약도 처음 구경하였다. 경주불국사는 6ㆍ25전쟁도 비껴 간 그런 곳이다.

오늘 그 남자는 배터리로 고기 잡던 사람이라 참 별난 방법으로 고기도 잡아 산다고 생각하였다. 조무래기를 포함하여 서른 여명이 모여 그걸 구경하려고 먼 둑에 엎디어 집중적으로 지켜보았다. 기술이 부족한지, 두려운지 쉽사리 실행을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였다.

무슨 대단한 방법으로 잡으려는지 자꾸 뜸 들이다 그제야 준비되었다. 그 후 놀랄 일은 충분하다. 우리는 모래 둑에 귀 막고 엎디었다. 따가운 오후 햇볕이 내리 쬐인다. 며칠 전 빈수골 목로주점 화재로도 충분히 놀랬다.

우리는 어려서 어떻게 폭발 시키는지 잘 모른다. 그때였다. 수중 폭발에는 연기가 발생하지 않지만 폭발물의 급속한 연소로 인해 많은 양의 기체가 뽀글뽀글 발생하였다. 물속이므로 기체는 커다란 기포를 이루며 수면으로 올라온다. 물이 두터이 모인 곳에서 “퍼~엉!”하는 굉음과 함께 하얀 물기둥이 20여m나 솟아올랐다. 연속 폭발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또 치솟았다. 그 솟아오르는 모양은 대단하였다. 시골에서 본 최초의 다이너마이트 쇼다.

그런 폭발소리를 처음 들었다. 도랑의 물고기는 폭발력에 놀라 잠시 기절하였다. 많은 물고기들이 허연 배때기를 뒤집어 물 위에 떠올랐다. 그 남자와 부인은 소쿠리로 마냥 물고기를 조리질 하듯 줍는다. 양동이에 저절로 기절한 민물고기가 쌓인다.

강 건너 폭발소리에 물고기는 그렇게 전쟁도 아닌데 모두 집단으로 잡혔다. 슬프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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