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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골천에 왕잠자리 앉다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3월 03일(금) 15:59

↑↑ ▲ 볼거리가 없던 시절에 왕잠자리 구경 갔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어린 날 시골에서 헬리콥터 구경은 하늘의 별따기다. 아니 볼 수조차 없었다.

1957년 입학한 초등학교는 전후라 시설도 열악해 어린 우리들이 만들어 가야했다. 교실 처마 밑의 자갈은 고사리손으로 강에서 책보자기에 담아 날랐다. 자갈을 등쳐 메고 오면 오른 팔뚝에 퍼런 잉크도장 스탬프를 세 번이나 받아야 그날 일이 끝났다. 자갈은 하동 새골에서 물이 흐르던 곳에서 채취했다.

2학년 때다. 재미나는 산수 시간에 신나게 공부를 한창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하늘 찢는 “투투투~ 투투투~”하는 요란한 소리가 학교 운동장 위에서 소리가 났다. 그러나 그 소리를 내는 본질은 정작 보이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하도 투투투~ 투투투~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그만 교실을 모두 뛰쳐나오고 말았다. 세계적 관광지 불국사에서 누가 이렇게 굉음(轟音)을 만들어 내는가? 투투투~ 투투투~ 하는 불쾌 음을 넘어 귀를 아프게까지 했다. 800여 명 학생들이 모두 운동장에 나와 섰다. 그때서야 불국사 쪽 하늘에서 자 벌레 같은 녹색 괴물(?) 왕잠자리가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일제히 학생들은 교실에서 달려 나와 그곳에 모여들었다.

새골에서 홍수때 물이 흐르던 새골천 백사장이다. 넓은 하늘에다 커다란 괴물 왕잠자리 두 대가 앞뒤 회전 날개를 멈추지 아니하고, 타타타~ 타타타~ 연속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헬리콥터는 1분에 2,600번 날개를 돌려야 날 수가 있다고 한다. 땅에 앉아서도 계속 돌아간다.

최초 육안으로 가까이 본 외국 군용헬기는 과연 컸다. 두 귀를 손으로 막고 있어도 그 굉음은 계속 들린다. 먼지 때문에 허리를 반쯤 구부려 헬기가 백사장에 착륙한 그곳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학생들만 나온 게 아니다. 동네 어른들, 선생님들까지 모두 나와 있다. 우리나라 군인이 아니고, 외국군이다.

카키색 군복에 선글라스 끼고 커다란 무전기를 세워 들었다. 연속 무어라고 통신했다. 처음 본 장면이라 너무 신기했다. 너무 신기한 움직이는 장면이다.

하늘 위를 지나가도 소리가 큰데, 하물며 지상에 착륙해 헬기 소리를 직접 들으니 굉장했다.

불국사 고장의 어른들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형 왕잠자리 헬리콥터를 보려고 찾아 왔다.

작은 고장에 일대 빅뉴스이었다.

헬리콥터는 전쟁 때 비무장 수송 헬기로 인원 및 화물수송, 구조임무 등을 수행했다. 왜 갑자기 새골천 백사장에 착륙했는지 이곳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한 시간쯤 지나 왕잠자리 두 마리는 그만 하늘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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