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가장존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행정학박사 윤 해 수 | ⓒ 황성신문 | 황성공원의 김유신 동상이 서 있는 높이 16m의 조그마한 언덕을 언제부터 인지는 몰라도 동뫼 또는 독산이라고 불려 왔다. 그 아래는 신라시대에는 화랑(花郞)들의 훈련장(訓鍊場)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민족의 얼과 혼이 깃든 전통무예(傳統武藝)인 민간사정(民間射亭)의 활터 국궁장 호림정(虎林亭)이 있다. 호림정(虎林亭)은 화랑정신을 지속적으로 전승 발전해 온 영남 궁도의 장이다.
신라 원성왕 시대에 김현이라는 사람이 임종(臨終)을 앞두고 신라시대의 환상적(幻想的), 러브 스토리(love story)인 사람과 호랑이의 애틋한 사랑, 논호림(論虎林)이라는 책을 펴내어 세상에 알렸다. 안타깝게도 이 책은 전해지지 않으나 황성공원을 논호림(論虎林)이라 불렀고 이 숲 이름을 딴 정자가 현재의 호림정(虎林亭)이다.
원성왕대 김현이라는 운 좋은 서라벌 총각이 탑돌이 하다가 만난 하룻밤 '운우(雲雨)의 정'을 잊지 못해 그 남자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신라시대의 처녀 호랑이와의 단편의 감동적인 영화(映畫)나 소설(小說)같은 러브 스토리(love story)가 깃든 절터 호원사(虎願寺)는 호림정(虎林亭)에서 동 남쪽 편으로 한참을 걸어가면 오른쪽에 비닐하우스(vinyl greenhouse) 한 채가 있고 지척(咫尺) 앞에 소나무 분재(盆栽) 밭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호원사(虎願寺) 절터'라는 안내판(案內板) 하나 보이지 않는다. 곧 쓰러질듯한 허름한 창고(倉庫) 같은 컨테이너 박스(container boxes) 집 한 채가 있다. 철조망(鐵條網)으로 둘러쳐진 집 앞 마당과 뜰에 무너진 탑재 두 개, 주춧돌 장대석 등 수많은 소중한 문화재(文化財)인 신라 유물들이 방치(放置)되어 흩어져 있다.
신라 원성왕 시대에 김현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해마다 음력 2월 8일부터 2월 15일까지 신라 사람들이 밤늦도록 사정동 흥륜사(興輪寺)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복회(福會)라는 탑돌이 행사를 했었다. 흥륜사(興輪寺)는 전불칠처가람(前佛七處伽藍) 중 하나다. 전불칠처가람지허(前佛七處伽藍之墟)는 석가모니전의 부처님이 신라에서 설법을 하는 일곱 곳의 사찰(寺刹)을 말한다. 그러므로 당시 신라인들에게는 지금의 갓바위나 석굴암처럼 널리 알려진 기도처였다. 그래서 김현도 밤이 늦도록 열심히 탑을 돌고 또 돌고 있었다. 그러다 무심히 앞서서 탑돌이를 하고 있는 예쁘장한 처녀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도 모르게 연정(戀情)을 느낀 김현은 한사코 거절하는 여자의 뒤를 따라 서산 기슭에 있는 여자의 집까지 가고 말았다. 여자는 사람으로 변신(變身)한 호랑이였다. 아무것도 모른 체 호랑이 굴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호랑이의 세 오빠가 사람의 냄새가 난다며 배고프던 참에 김현을 한 끼 식사(食事)로 잡아먹으려 했다. 그때 “너희들이 걸핏하면 생명(生命)을 해치니 딱 한 놈을 죽여서 본때를 보이겠다.”라는 하늘에서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처녀는 세 오빠를 대신하여 죽어서 죄업(罪業)을 씻겠다고 생각한다. 대낮에 성안에 들어가 사람을 물어 해치고 난동(亂動)을 부리면 김현이 나타나 자신을 죽이고 공을 세우도록 하는 계획을 세워서 김현에게 이야기하며 실수 없이 잘 처리해 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또 자신의 발톱과 이빨에 다친 사람은 흥륜사(興輪寺)의 된장을 바르고 나팔을 불면 상처가 낫는다고도 했다. 김현은 울고불고하면서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만류했지만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음을 알았다.
다음날 처녀 호랑이가 성안을 온통 공포(恐怖)의 도시로 만들었다. 김현이 나타나자 숲속으로 들어가 김현이 차고 있던 칼을 뽑아 그녀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그래서 김현은 높은 벼슬을 왕으로부터 하사(下賜) 받았다. 호랑이가 자신의 중요한 생명(生命)을 거두면서까지 출세(出世)하도록 도와준 은혜(恩惠)를 보답하기 위해서 서천가에 절을 지어 호원사(虎願寺)라고 하고 범망경(梵網經)을 지어 강설(講說)했다고 한다.
김현과 호랑이의 슬픈 연가(戀歌)는 삼국유사(三國遺事) 감통(感通)편 ‘김현감호(金現感虎)’조에 있다.
전라북도 남원시는 작자가 미상(未詳)인 소설 속에나 있는 허구(虛構)의 도시를 실존한 도시처럼 광한루 등을 멋지게 만들고 꾸며서 관광객 유치(誘致)에 혈안이 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사람과 호랑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얽힌 소중한 문화재조차 방치하고 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재미난 설화(說話)나 구전(口傳)을 통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발굴(發掘)하고 정리하여 복원(復元)하고 스토리텔링(storytelling) 테마공원(theme park)으로 만들면 관광(觀光)의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가 나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호랑이 발톱에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흥륜사(興輪寺)의 된장을 발라 낫게 한다는 장면(場面)이 있다. 50대 이상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머리가 깨지거나 피가 나는 상처(傷處)를 입어 된장을 바른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머리 터진데 된장 발라서 치료(治療)하는 전통(傳統)은 신라시대 때부터 유구한 역사(歷史)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흥미(興味)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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