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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천 도랑에 사는 부들
이영백의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04월 14일(금) 13:57

↑↑ ▲ 배고플 때 고속도 휴게소의 핫도그 같은 “부들”
ⓒ 황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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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형 주막에서 일보다가 손님도 없고, 심심하여 길 따라 거랑 따라 시래천으로 흘러 들어가는 도랑가 습지에 앉았다. 그때는 이름조차 몰랐던 “부들”이 보였다. 마치 핫도그를 버드나무 막대에다 꽂아 배고픈 나를 유혹하듯 하늘 향해 직립하여 있다. “부들”은 한자로 “감포(甘蒲)”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고양이 꼬리처럼 보이는지 “Cattail”이라 하네. 이름은 잎이 부드럽기 때문에 부들부들하다는 뜻에서 “부들”로 부르는 모양이다. 꼬투리 꺾어 손으로 후벼 파 퍼뜨리면 종이휴지처럼 솜이 된다.

부들도 처음부터 그런 핫도그처럼 생긴 게 아니다. 줄기가 올라오면서 밋밋하게 자라다가 잎줄기 끝으로부터 원기둥 모양의 꽃이삭이 차례로 달려 핀 것이다. 마치 무슨 병을 앓듯 꽃이삭이 달려 자라는 것이다. 위쪽에 수꽃이삭, 밑에 암꽃이삭이 달리며 두 꽃이삭 사이에 꽃줄기는 보이지 않는다. 꽃턱잎은 2~3개이며 일찍 떨어진다. 꽃에는 꽃덮이가 없고, 밑 부분에 수염 같은 털이 있다. 수꽃에서는 꽃가루가 서로 붙지 않는다.

부들은 마치 사람 일생과 같다. 줄기가 처음 자라 오르는 것은 아이가 자라듯 보인다. 잎줄기 끝으로 꽃이삭이 나오면 관례(冠禮)하고 결혼을 기다리는 청년 같다. 결혼하고 나면 자식을 얻듯 꽃이삭들이 붉은 핫도그 모양으로 변한 것이다. 그러한 붉은 핫도그도 오래가면 민들레에 갓털이 생기듯 부들이 씨앗 달아 자연의 바람타고 자식 번성으로 여행을 떠난다.

푸른 식물의 잎줄기에다 핫도그처럼 만들어 붙인 부들의 생애에 비록 식물이지마는 새삼스러운 자연을 우리들에게 보여 주는 식물이다. 못 주변에도 가끔 보이고 물이 빨리 흐르지 아니하는 정체된 습지에서 부들은 오늘도 살고 있다.

물에서 살지만 뿌리만 진흙에 박고 있을 뿐 잎과 꽃줄기는 물 밖으로 드러나 있다. 부들은 온포기를 “향포(香蒲)”라고 하며 약재로 이용된다. 꽃가루는 “포황(蒲黃)”이라 하며 지혈제로 쓴다니 부들로 우리 인간에게도 참 이로운 것이 많다.

부들은 지상에 나온 잎줄기보다 물속에 깊이 뿌리를 박고 살듯 사람들이 타향에 살지만 고향을 잊지 못하는 것과도 닮은 것 같다. 부들은 겁이 많아 늘 부들부들 떨지 않는다. 자손을 퍼뜨리고자 사는 강인한 식물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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