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영애백고(泳涯伯顧)”- 남이 먼저 알아주도록 노력하라 | ⓒ 황성신문 | |
 |  | | ⓒ 황성신문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얻는다고 하였다. 초등학생 입주 가정교사를 하면서 스스로 공부하려고 택한 것은 고난의 길이다. 아침에 기상하여 서천 둔치에 일찍 나가는 것은 일상생활 중에 가장 행복하였다. 그곳은 나를 반겨주듯 백로, 왜가리, 비둘기 등이 모여 환영한다. 비록 말은 할 수 없지만 물속 물고기도 있다. 서천 새벽강물의 빛 보러 나가는 일이다. 그것이 새벽에 하는 나의 일상이다.
서천 건너 송화산에는 삿갓구름 두르고 비 오려는 듯 알려 준다. 서천교를 지나 보이는 높은 곳 선도산이 지척이다. 저절로 시 한 수가 나올 것 같기도 한데 멀거니 선도산 만 바라본다. 서천 물이 쉬이 흐른다. 무언으로 주는 교훈이다.
경주의 남천, 서천, 북천이 에두른 시가지에 신라 천 년의 터라고 말한다. 서천의 새벽강물 빛을 나 혼자 감상한다. 멈춘 듯 흐르는 형산강의 서천을 매일 찾아가도 나를 미워한 적이 없다. 흐르는 물성으로 그냥 흐르고 있다. 징검다리 건너면 “간밤에 잠 잘 잤느냐? 돌돌돌~….” 그런 소리로 묻는 것이 전부다.
이른 아침 서천의 강에는 신라역사를 가르쳐 주기도 하며, 예전 사람들의 생활도 들려준다. 신라인들 “화랑의 임전무퇴 정신을 배워라. 돌돌돌~….” 의성어로 다만 들려 줄 뿐이다. 알아들었다고 나는 찰방찰방 서천의 찬물을 맨손으로 퍼 올려 고양이 세수한다. 서천이 나와 대화하는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서천의 새벽강물은 가만히 있지마는 자꾸 나에게 말 걸어 준다. “오늘의 생활이 서러워도 내일이 있기 때문에 노력하고, 피 끓는 젊음으로 공부하라.”고 오늘도 일러준다. 그렇다. 아무도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스스로 흐르는 서천 새벽강물의 빛에게 묻고, 답할 뿐이다. 나만이 아는 나의 스승이다.
생애에 서천과 대화하고 살았던 1969년 어느 날 아침은 생애 바쁨 중에 가장 한가로웠다. 새벽강물의 빛은 나에게 용기를 심어 주었으며, 죽고 싶도록 괴로웠음에도 극기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조용히 흐르는 형산강 서천에서 스승의 말씀이상으로 살아가려는데 힘이 되었다. 서천을 건너 오가며 많은 대화를 남겼다. 종심하고 넘은 나이 오늘도 서천강물은 나의 힘이다. 삶의 참 스승이다.
서천 새벽강물의 빛은 내 인생에서 “하면 된다.”는 쉬운 듯 가장 어려운 나만이 알아듣는 채찍소리이었다. 동트면 아침 햇살로 새벽강물의 빛은 스스로 일렁이며 변한다. 또 반짝인다. 어려웠던 학창기 때 무서운 삶의 채찍소리이었다.
서천 새벽강물의 빛은 달콤한 귓속말로 용기를 주던 나의 어머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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