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형산강과 결혼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10월 20일(금) 15:03

↑↑ ▲ 결혼하여도 멀리가지 못하고, 형산강을 건너 다녔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형산강 하류를 건너고 또 건너 다녔다. 강은 여전히 가로질러 다녀도 존재한다. 강을 떠나 동해 바닷가 조그만 학교에 풍금 치면서, 파도소리를 엮어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였다. 그렇게 강 건너 강과 결혼하였다.

사람들이 어디 처음부터 그렇게 가난하게만 살아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총각으로 낮에는 악동들과 씨름하고, 밤이면 형광등 아래 중등준교사 국어공부를 하고 지냈다. 현직교사들은 공부하려 하지 아니하였다. 근무시간 마치게 바쁘게 마냥 술집으로 모두 향하였다.

교감은 대구 8년 만기로 시골 바닷가에 발령 난 것이 그렇게 한스러운 모양이다. 매일 직원종회 마치면 5미터 바닷가 골방술집으로 아지트를 찾아갔다. 교장이 퇴근하고 나면 교감이 왕이다. 남자교사는 근무시간이 끝나도 함부(?)로 퇴근하지 못한다. 주간에는 학교 일에 푹 빠졌고, 퇴근이라도 하려면 술집으로 몰아넣었다. 왜 그렇게 군림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술집에서 새벽 두세 시까지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으로 가는 것은 교감이 마신 술값 때문이다. 윷놀이하여 자기가 이기면 빨리 마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선배와 짜고 일부러 빨리 져 드렸다. 술값 오륙백 원을 갚고 나면 열 시도 안 되어 집으로 가자고 한다. 늦게 터득한 교사들이 바보였다.

못 다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중등준교사 책을 펴고 국어의 문학, 문법 공부에 푹 빠졌다. 가을되어 가정실습기간에 큰집에 들러 논바닥 벼를 베고 있는데 아버지 왈, “혼자 살지 말고 안강의 사과밭집 처자와 결혼하여라.”는데 대답도 회피하고 그 길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하고, 어느덧 겨울방학을 맞았다. 19731220일 아버지 돌아가셨다. 어머니 싫어하였다.

어쩔 수 없어 중매쟁이(K여상 교장선생님)의 소개를 받았다. 1974420() 대구 달성공원에서 호랑이 우는 시간인 10시에 대구 대성예식장 웨딩마치가 울리고 말았다. 교사발령 일 년 만에 대구처녀와 결혼하였다. 결혼을 당겨(?)하지 않으려 하였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그렇게 결혼하고 말았다.

결혼하고 나서부터 강을 버린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하러 가는 날도 형산강을 건넜고, 그 후 출장과 토요일마다 강을 따라 큰집으로, 처가로 다녔다. 나는 형산강을 결코 떠날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냥 강 따라 산다.

형산강은 말이 없다. 무심히 건너다니면서 통과의례를 하나 늘려 주었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주낙영 시장, APEC 성공 위해 공사 현장 직접 챙겨..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