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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떠나지 못 하는 이유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3년 11월 17일(금) 14:45

↑↑ ▲ 강과 사람의 일생은 비슷하다
ⓒ 황성신문

ⓒ 황성신문
지나고 보니 나도 범시민에 끼이고 말았다. 태어나고, 자라고, 걱정을 해 주던 부모님 밑에서 공부하고, 성장하여 훌쩍 어느 날 부모님 곁을 떠났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자기 분신인 자식 낳아 기른다. 그렇게 새로운 세대가 생겨 한 개체로서 나도 평범하게 살아간다.

강의 일생이나 사람의 일생은 너무나 흡사하다. 강의 유년기처럼 산골짜기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람의 유년기로 산다. 그것이 어찌 지나온 나의 어린 날과 흡사하다. 저녁 일곱 시에 등불 끄면 담요로 문 가린 토방에서 밤새도록 공부하였다. 그렇게 강과 공부하였다. 천천히 강을 닮아 간다.

강도 청년기 있다. 비가 내릴 때마다 산골짜기 흙이 파이고, 도랑이 만들어진다. 겁도 없이 부모님의 하지 말라는 공부하려고 출사표 쓰고 가출하였다. 인생에서 되돌아보면 공부하지 말라는 아버지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강의 청년기처럼 급히 물살을 모아 세차게 흐르고 말았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 공부도 나를 막지 못했고, 나는 마냥 줄기차게 달렸다.

강도 성년기 있다. 산골짜기를 벗어나 평지로 내려오면서 여러 곳의 물이 모인다. 그곳에서 모여 화백회의를 한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하듯 나는 더 알찬 공부를 하고 만다. 남이 못하는 것을 또 한다. 대학 다니면서 군사훈련(RNTC) 받고, 4년제 대학교 못간 대신 2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도 함께 마치고(예비역), 직장 얻어 빨리 돈 번(교사) 것이다.

강도 노년기 있다. 유년기, 청년기, 성년기에서 너무 깎이어 느린 유속으로 흐르고 만다. 홍수 때를 제외하고는 갈수기를 맞아 흐르던 물조차 겨우 명맥만 이어간다. 강도 늙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젊음을 만끽하다 은퇴하고 찾는 것은 고향을 잊어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노년기의 강과 나는 그리도 죽이 잘 맞았다. 늘 고향을 자주 찾아 옛것을 찾는다.

강에서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모두 모아서 한 권의 책속으로 써서 이자도 없는 은행에 저축한다. 강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무리 속에 묶는다. 형산강은 우리나라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다. 강 따라 평생을 고민하고, 해결하고, 젊음을 함께 살아봐서 이제 그 강에 너무 익숙하여 영원히 떠나지 못한다.

형산강은 밤낮 흐르며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저네 습성을 잘 배웠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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