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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신라달빛이어
'엽서수필' - 또 천 년의 달빛 흐르는 형산강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05일(금) 15:05

↑↑ 토방 천장에 달리 단어 “빵”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나는 신라달빛을 좋아한다. 그러나 신라의 달빛을 보지 못하였다. 그 긴긴 일천여 년을 조용히 아무런 말이 없다. 문외한이 신라달빛을 불러내었다. 신라달빛은 아주 조요하고, 아무런 말이 없다. 신라의 달빛은 일천여 년을 휘황찬란하게 비춰왔다. 그것을 나는 비록 직접 보지는 못하였지만 992년간 긴 역사가 말하여 준다. 오늘도 말 없는 신라달빛이어!

고향 울룩배미 새보의 언덕에 앉아 토함산 위로 신라달빛을 불러내어 대화한다. 신화, 전설, 야화, 설화가 주저리주저리 열리어 내 귓전에다 대고 소곤거린다. 개남산 앞 조양 못에 달빛 내려 소금쟁이처럼 물위 기어서 수면을 어루만진다. 보름 달빛이 소한들판에 북으로부터 휘몰아치는 북풍설한의 겨울 찬바람도 끝내는 문풍지를 떨게 하였다. 생나무 울타리에 달빛 긴 그림자가 생기면 삵이 허술한 닭 통의 문이 열렸는가를 확인하려한다.

하필이면 그날 쒀놓은 매주 콩을 욕심내 많이 먹어서 배가 아파온다. 달밤 바깥 화장실 드나들기 무섭다. 충견(忠犬) “라시가 컹컹 달빛 보고 짖는다. 인디언 집처럼 생긴 화장실 앞에서 짖어 준다. 성실한 나의 호위병이다. ()선생이 볼일 중에도 울타리 오솔길로 다닌다. 기겁하겠다.

환한 달빛이 마당에다 뒤주 그림자를 만든다. 그 큰 그림자 보고 공연히 라시가 또 짖는다. 사실은 내가 무서워할까보아 미리 짖어주는 라시가 너무 고맙다. 철사 고리로 묶어 둔 삽짝은 잘 닫혀있다. 겁낼 달밤이 아니다. 그러나 헛간과 방앗간 지붕 위로 길게 드리운 흔들리는 감나무 그림자는 왠지 무섭다. 마당 바닥 뒤주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땅을 매만져 온다. 덜컥 겁나 무서움 증에 공부방인 토방으로 들어가고 만다.

토방 천장에는 독학할 때 영어 단어를 종잇장마다 개발 새발 써둔 어휘(vocabulary) 쪽지가 한약방 약 봉투같이 매달려있다. 달린 단어 중에 “bread”라는 낱말이 제일 맛나 보였다. 배가 고프다. 늘 배가 고팠다.

공부하다 잠이 들었다. 토방에도 달빛이 들어 왔다갔다. 공부하다 지쳐 잠든 책상 위에 홍시와 날계란이 놓여있다. 잠 깨고 홍시와 날계란 먹으며 다시 공부하였다. 간밤의 달빛은 어머니였다. 열 번째 막내가 신학문 독학하는 어리석음에 배고프지 말라고 갖다 두었다. 기운 내 다시 공부한다.

달빛 글 쓰려고 그렇게 긴 시간을 에둘러 왔다. 말없는 신라 달빛이여!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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