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인생의 노을은 삶의 흔적이다 | ⓒ 황성신문 | | 사람이 접시 물에 빠져 죽는다고 한다. 이것이 정말 맞는 말인가? 굽이 낮은 접시에 물 담고 콧구멍에다 들이밀어 숨 못 쉬게 한다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 그렇게 하여서 정말 접시 물에 죽을 수도 있을까? 괜한 생각에 인생의 노을이 지고 있다.
“세~! 세~세~ 엽서 한 장 보내자”는 동요가 아니더라도 엽서 한 장에도 뭔가 우리에게 남기는 아리한 면이 있을 것으로 자꾸 믿어진다. 노을 지고, 탁자 위에 놓인 컴퓨터자판기에서 화소(話素)를 차곡차곡 모으면 글이 된다. 그 속에서는 평생 살아오던 삶이 묻어 있을 수도 있고, 부부끼리 평생 쌓아온 정다운 이야기 거리가 오롯이 은쟁반 위에 담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소한 일상의 바람일지 모르지만 자주자주 적어 두고, 옷 입혀 치장하고, 한 편의 은 싸라기 같은 이야기를 조각보처럼 짜 모아 보자. 비록 밝은 해가 지고 노을이 왔더라도 손주들의 아리하고, 머리가 확 밝아질 그들의 조잘 됨을 들어보자. 노을이 찾아오면 텃새들도 집 찾느라 지저귀는 아름다운 소리로 함께 느끼고 들어보자. 삶의 아름다운 동화책 읽는 소리처럼 들릴 것이다.
한 참 오래전 캐나다 사는 큰 손녀가 서머스쿨 맞았다면서 찾아왔다. “할아버지 에세이스트에요?” “그래. 그럼. 명함도 있지.” “나도 학교에서 에세이를 써 보았어요.” “그래 잘 썼는가?” “내가 동양인이라고 특별히 뽑히어 읽을 기회 줍디다.” “그래 앞으로 글을 더 많이 써 보렴.” “예. 할배처럼 글을 쓰겠습니다.”그렇게 얘기하고 꼭 두 달 만에 갔다.
그렇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이솝우화”는 아니다. 노을에 붉디붉은 광선의 여력이 진홍빛을 느끼게 한다. 이 늙은 이 앞인 늚이의 가슴에 뭉클하고 솟아오르는 글귀 주어서 한 편의 멋진 수필을 남길 수 있다.
꼭 붉고 기운찬 아침 태양만이 희망은 아니다. 하루의 햇볕을 모두 쏘아대고 이제 노을로 소진하여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저 너머 어디에선가 마지막 염력을 곧추세워 깊은 밤을 맞이할 것이다. 또 내일의 여명 비출 붉은 아침 태양을 기다린다. 결코 석양이 아픈 것이 아니라 해가 뜰 여명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인다.
이제 막차 타고 노을 역에 도착하련다. 엽서 한 장 위에 떨어진 노을을 받아 들고 차장이 깃발 올린다. 인생의 작은 간이역에서라도 손님들이 함박눈처럼 쏟아졌던 옛날의 광영*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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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영(光榮) : 영광(榮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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