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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밀개산 오르다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10월 04일(금) 12:33

↑↑ 차성이씨 호군공파 취송당 묘원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하릴 없이 륙색(Rucksack) 찾았다. 또 집게, 장갑, 비닐봉투와 등산모도 함께 챙긴다. 알밤 떨어지기 좋은 바람 부는 가을날 느닷없이 조상과 부모 산소를 찾느라 아무도 몰래 나 혼자 길을 나섰다. 동대구 S백화점 4층에서 경주로 간다. 시외버스에 오른 순간 금세 경주에 닿고 600번 모화 가는 시내버스에 몸을 실었다. 울산으로 가는 국도변 시래교()에서 하차하였다.

동해남부선 철교는 사라졌다. 사라진 길로 걸어 올랐다. 부모님 유택이 산록에서 기다리고 있다. 50m도 못가 밀개산 취송당(翠松堂)*1이다. 동네사람들이 등산 다닌다. 유산소운동이 절로 되어 돈 안 들이고 운동하고 산다.

산기슭이 시작되자 송명거사(松明居士)*2 석비가 나를 기다린다. 송명은 우리말로 횃불이다. 아버지 성질이 급하고, 운력이 세 꾸물대다가는 누구든 혼이 난다. 씹은 소주 한 잔 붓고, 절 올린다. 저만치 위쪽에 조부모 만호학행(曼瑚學行)*3 석비가 보이고, 증조부모 취송공유허비*4 석비가 기다린다. 차례로 찾아뵙고 산중유택에 불편함이 없는지 우문현답을 받는다. 사람 천 년 살 것으로 믿지만 자연수 다하면 북망산 간다. 북망산은 멀지 않다. 문지방 나서면 북망산이다.

가을은 만물이 열매 맺는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 손수 심은 산중 밤나무는 굵은 열매를 선사한다.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우수수 투~~~ 알밤이 머리 위를 스치며 놀라게 한다. 집게로 밤알 한 알씩 집어 비닐봉투에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작은 가방이 인생의 무게만큼 가득 찼다. 주울 알밤은 내가 먹기만큼만 되면 그만 줍는 것이 자연의 순리고, 이치다. 그러면 또 다른 이가 줍는다.

밀개산은 구릉으로 170m로 평지 또는 대지에 비해 높고, 산지에 비해서는 낮은 곳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좋은 안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묘원으로 정하였다. 고향에다 이러한 유택이라도 마련하지 않으면 죽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말 것이다. 살아서 복작이다, 죽어서도 모여 있다. 그곳이 우리네 유택이다.

고향 여러 산들이 한 판의 장기 두고 있다. 동은 토함산(745m), 서는 마석산(531m), 북은 대덕산(320m), 남은 밀개산(170m)으로 불국동을 가운데 두고 장기판 벌인다. 구경꾼 구정동방형분묘가 있다. 석가탑 별명인 무영탑은 영지(影池)”에서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을 소환한다. 그 뜻을 받아 구정광장에 영원기념물이 설치되어 나를 본다.

산도 아닌 구릉지이지만 북망산을 보러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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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송당(翠松堂) : 차성이문(車城李門) 취송(諱慶淵)37이하 가족묘원.

*2. 송명(諱壽祥)거사 : 차성 39.

*3. 만호(諱膺祚)학행 : 차성 38.

*4. 취송처사 경연공유허비 : 차성 37.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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