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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논매기하다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11월 22일(금) 14:25

↑↑ 나달이 먹는다
ⓒ 황성신문
논농사 짓는 사람은 그렇게도 일이 많다. 많은 일들 중에 논매기가 있다. 못자리에서 옮겨 심는 모내기가 끝났다. 그리고 사흘 지나면 모가 사람 한다. 사람이란 잘못 심어져 뜨거나 누워있던 모를 똑바로 세워 주어야 힘 얻어 뿌리가 정착한다. 조금 지나면 진한 녹색 띠고 벼 포기가 논바닥에 자리 잡는 것을 말한다.

논매기는 모두 네 번한다. 아시논매기는 논바닥에 작은 풀까지 더듬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큰 일꾼들이 한다. 이때 망초, 자운영, 옥잠, 여뀌, 메꽃 등을 뽑아서 물컹한 논바닥에다 마구잡이로 묻어 버린다. 논매는 사람 얼굴에 흙 묻는다.

두벌매기는 이미 큰 풀이 자라서 기계로 논매기 한다. 자동이 아니라 반자동인 기계를 이용한다. 기계란 이랑을 따라 밀면 써레바퀴가 돌면서 흙을 파헤치는 도구가 달린 것이다. 어린 내가 직접 논매기에 이 기구를 이용하였다. 아랫배에 힘주고 두 손은 자루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여야 이랑의 풀을 죽인다. 처음에는 재미로 하다가 이것도 계속하면 허리와 팔이 아파 온다.

세벌매기는 논바닥의 흙을 벼 뿌리에 북돋아주기 위해 어른들이 하는 일이다. 벼가 무척 자라나서 짚 훼기가 논매는 사람의 얼굴과 팔다리를 긁어서 생채기를 낸다. 이렇게 힘들 때 논매기노래도 함께 따라 다닌다. 모는 더운 열기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오른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쓴 큰 깃발을 걸어놓고, 마을에서 배동바지 한 논마다에 두레를 한다. 논둑에서는 동네 풍물패들이 농악을 쳐주어 논매기하는 사람들에게 힘 실어 준다. 시골 들판이 온통 들썩거린다.

반나절 지나는 사이에 안주인과 이웃집 여인네들이 새참 들고 나온다. 새참이래야 앉은뱅이 밀을 빻아서 반죽 거치고, 홍두깨로 밀어서 만든 칼국수다. 애호박 총총 썰어 넣고, 간간이 맛난 작은 멸치가 섞이어 있다. 땀 흘리고 나서 칼국수 한 그릇을 거뜬하게 먹는다. 새참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막걸리 먹는 시간이다.

고향에서는 나달이 먹는다.”하여 일 년 농사잔치가 시작된다. 집집마다 추렴하여 통 막걸리 사다놓고, 돼지도 잡아서 푸짐한 안주로 잔치를 벌인다. 들판의 논마다 들어가서 네벌매기는 골 타는 일이다. 벼 알이 익으려면 골을 만들어 주어야 바람이 잘 통한다. 이렇게 해야 곡식이 잘 여물고, 풍년이 된다.

나달이는 논바닥에서 그치지 아니한다. 마침내 논에서 나와 밤새도록 풍물 치면서 노동요를 부른다. 돼지고기 비계와 살코기는 김치와 더불어 요긴한 안주가 된다. 한 해의 농사가 잘 되어 부자 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논에서 풍년이 들어야 새경*을 잘 받을 수 있다. 이제 힘든 한 해 논매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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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경 : 농가에서,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로 머슴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곡식).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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