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17. 논매기하다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11월 22일(금) 14:25

↑↑ 나달이 먹는다
ⓒ 황성신문
논농사 짓는 사람은 그렇게도 일이 많다. 많은 일들 중에 논매기가 있다. 못자리에서 옮겨 심는 모내기가 끝났다. 그리고 사흘 지나면 모가 사람 한다. 사람이란 잘못 심어져 뜨거나 누워있던 모를 똑바로 세워 주어야 힘 얻어 뿌리가 정착한다. 조금 지나면 진한 녹색 띠고 벼 포기가 논바닥에 자리 잡는 것을 말한다.

논매기는 모두 네 번한다. 아시논매기는 논바닥에 작은 풀까지 더듬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큰 일꾼들이 한다. 이때 망초, 자운영, 옥잠, 여뀌, 메꽃 등을 뽑아서 물컹한 논바닥에다 마구잡이로 묻어 버린다. 논매는 사람 얼굴에 흙 묻는다.

두벌매기는 이미 큰 풀이 자라서 기계로 논매기 한다. 자동이 아니라 반자동인 기계를 이용한다. 기계란 이랑을 따라 밀면 써레바퀴가 돌면서 흙을 파헤치는 도구가 달린 것이다. 어린 내가 직접 논매기에 이 기구를 이용하였다. 아랫배에 힘주고 두 손은 자루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여야 이랑의 풀을 죽인다. 처음에는 재미로 하다가 이것도 계속하면 허리와 팔이 아파 온다.

세벌매기는 논바닥의 흙을 벼 뿌리에 북돋아주기 위해 어른들이 하는 일이다. 벼가 무척 자라나서 짚 훼기가 논매는 사람의 얼굴과 팔다리를 긁어서 생채기를 낸다. 이렇게 힘들 때 논매기노래도 함께 따라 다닌다. 모는 더운 열기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 오른다. “농자천하지대본이라 쓴 큰 깃발을 걸어놓고, 마을에서 배동바지 한 논마다에 두레를 한다. 논둑에서는 동네 풍물패들이 농악을 쳐주어 논매기하는 사람들에게 힘 실어 준다. 시골 들판이 온통 들썩거린다.

반나절 지나는 사이에 안주인과 이웃집 여인네들이 새참 들고 나온다. 새참이래야 앉은뱅이 밀을 빻아서 반죽 거치고, 홍두깨로 밀어서 만든 칼국수다. 애호박 총총 썰어 넣고, 간간이 맛난 작은 멸치가 섞이어 있다. 땀 흘리고 나서 칼국수 한 그릇을 거뜬하게 먹는다. 새참에 빠지면 안 되는 것이 막걸리 먹는 시간이다.

고향에서는 나달이 먹는다.”하여 일 년 농사잔치가 시작된다. 집집마다 추렴하여 통 막걸리 사다놓고, 돼지도 잡아서 푸짐한 안주로 잔치를 벌인다. 들판의 논마다 들어가서 네벌매기는 골 타는 일이다. 벼 알이 익으려면 골을 만들어 주어야 바람이 잘 통한다. 이렇게 해야 곡식이 잘 여물고, 풍년이 된다.

나달이는 논바닥에서 그치지 아니한다. 마침내 논에서 나와 밤새도록 풍물 치면서 노동요를 부른다. 돼지고기 비계와 살코기는 김치와 더불어 요긴한 안주가 된다. 한 해의 농사가 잘 되어 부자 되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논에서 풍년이 들어야 새경*을 잘 받을 수 있다. 이제 힘든 한 해 논매기 마친다.

----------------------

*새경 : 농가에서, 한 해 동안 일한 대가로 머슴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곡식).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주낙영 시장, APEC 성공 위해 공사 현장 직접 챙겨..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