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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하룻밤 풋사랑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12월 06일(금) 13:55

↑↑ 역전 여인숙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흔히 역전마을은 인심이 야박하다고들 한다. 나그네들이 오가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역 앞에는 막차 놓치고 나면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이 관광지에서는 있는 일이다. 그런 사람들의 사연은 모두가 구구절절하다. 그리고 긴박하다. 노잣돈이 부족한 사람들은 하룻밤 묵을 여인숙을 찾을 수밖에 없다.

초교동기도 집안 형편으로 나처럼 진학 못하고 저네 친척이 운영하는 여관 일을 도우고 있었다. 역전에 들리면 찬물이라도 한 그릇 마시고 가라.”고 손짓한다. 오랜만에 만났다고 악수하며 기다란 여관집 청 마루에 걸터앉아 물 한 잔 얻어 마신다. 우리 집은 농사짓는 집이라 이런 곳이 없어 그렇게 나는 모두가 신기하게 보였다. 비록 서당 다니지만 세상 물정은 안다. 그 여관집은 세 번째 살던 집 맞은편 집으로 어렸을 때부터 잘 알던 집이다. 친척 일본에서 돈 보내왔다.

가수 손인호의 하룻밤 풋사랑노래가 흘러나온다. 그 가사의 내용에 세상 살아가는 풍미가 모두 들어 있기도 하다. 친구가 일하는 여관에서 그 노래를 들으니 방마다 사연들이 배어 있을 법도 하였다. 비록 나이는 어렸지만 어렴풋이 안다.

그때이다. 여관 미닫이가 열리면서 앳된 여성 한 분이 나왔다. 얼른 보아서 윗도리는 겨우 메리야스 하나만 걸쳤고, 속치마 바람으로 머리에 수건 두르고 세면소로 나오고 있다. 나는 차마 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친구의 말로 여성이 이곳에 상주하면서 마치 자기 집처럼 지내고 있다고 하였다. 세상의 삶이 무엇인지 모를 일이지만, 타관살이로 돈 벌면서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우리 집은 농사지으며 생산되는 것으로 연명하지만 분명 그 아가씨로서는 어찌 돈 벌어 삶을 살아갈까 무척 궁금하기도 하였다.

고향 떠나 외지인 관광지 여인숙에 사는 사연이 있지 아니하겠는가? 그것도 젊은 여성으로 이런 곳에 하필 정착하였을까? 정말 사랑에 못이 박혀 흐르는 눈물에도 손수건 적시었을까? 아니면 미련만 남기고 말없이 헤어져야만 하였을까? 식은 애증으로라도 하룻밤 풋사랑에 행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 것인가? 가슴을 움켜 안고 애타는 심정으로 이 밤 못 잊어 거리 헤맨다. 눈물 같은 인생살이 그런대도 하룻밤 풋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남자 꼭지라고 해서 나도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여관의 장독간에 핀 맨드라미鷄冠花가 뽀글뽀글하게 폭탄머리하고 제 키대로 화난 수탉모양 으스댄다. 고고한 자태로 나에게 위협하듯 보인다. 새벽 네 시 첫차에 하룻밤 풋사랑을 남겨 두고, 슬픈 기적소리에 묻혀 허무하게 떠난다.

과연 인생에서 하룻밤 풋사랑으로 끝나는 생활은 미래가 없다. 그러나 삶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내일 없는 생활에서도 사람들이 살아간다. 어린 날 기억이지만 도회지로 나가 살 일이 있다면 하룻밤 풋사랑은 하지 말자.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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