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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농부의 사랑
아버지는 농부로 나날이 곡식을 심고, 돌보며 그 자람에 지극정성을 퍼붓는다. 벼농사가 그렇다. 농부는 겨우 한 톨의 쌀을 얻으려고 그렇게 많은 일을 하여야 한다. 그것도 해마다 반복되며 거듭할수록 손에 익어서 는다.
실한 볍씨를 골라 나무를 태운 재에다 소독한다. 물 부어 싹 틔워서 못자리를 만든다. 오로지 성한 모종을 키우기 위해 맑은 날, 조요한 새벽바람 불지 않는 날 모판에 엎디어 “모판 피사리”를 한다.
모판에서 적당한 크기로 자라 올라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4년 12월 13일(금) 15:45

↑↑ 미(米, 쌀)는 농부의 손이 88회 간다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아버지는 농부로 나날이 곡식을 심고, 돌보며 그 자람에 지극정성을 퍼붓는다. 벼농사가 그렇다. 농부는 겨우 한 톨의 쌀을 얻으려고 그렇게 많은 일을 하여야 한다. 그것도 해마다 반복되며 거듭할수록 손에 익어서 는다.

실한 볍씨를 골라 나무를 태운 재에다 소독한다. 물 부어 싹 틔워서 못자리를 만든다. 오로지 성한 모종을 키우기 위해 맑은 날, 조요한 새벽바람 불지 않는 날 모판에 엎디어 모판 피사리를 한다.

모판에서 적당한 크기로 자라 올라오면 모내기철이 다가온다. 집집마다 모내기할 날 잡아 논마다 물 채우고 써레질을 한다. 모내기 때 우리 집 들밥은 동네 최고 맛이다. 들판에 고추잠자리 흥 돋우고 제비도 난다.

모낸 후 시간이 지나면 초벌·두벌·세벌·네벌 논매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네벌 논매기는 망시라 하여 벼가 잘 자라도록 골 만들어 바람이 지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모 내고 나면 파란들판에 벼꽃이 피고, 열매 맺어 황금들판을 기다린다. 농부는 풍년들기를 소원한다.

 하루 사는 하루살이 삶처럼 농부는 일만 해도 그다지도 고달프고 딱도 가난했다. 논에서 배동바지*하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들판에 나가 나락 낱알 구경하고, 또 헤아려 본다. 배동바지 지나면서 자연광을 흠뻑 받아 기름 잘잘 흐르는 쌀알곡식 구경할 수 있을까? 올 해는 풍년이 들까? 아니면 태풍이라도 맞으면 헛농사 짓는 것일까 등 이런저런 걱정을 밤낮으로 하고 농촌에서 산다. 그렇게 모두 살았다.

우리 집에서도 아버지 일 나가면 어머니 대주 잡술 점심준비 한다. 새벽에 낫 들고 보리밭에서 시퍼런 보리 대궁이만 달랑 베어와 벼 훑기로 훑어서 솥에다 찐다. 멍석에 늘어 두고 밭일 갔다 오면 피득 하니 말린다. 그것이 비록 풋 보리쌀이라고는 하지만 마냥 좋은 곡식이라 생각하고 절구에 찧는다. 그러나 그것이 찧는 것인지 짓이기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점심 차리는데 다된 밥을 보면 푸르다 못해 풀 밥이 되고 말았다.

낫 들고 고랑마다 수확할 때 농부들 이마에 흐르는 땀이 고아 보인다. 마당에 모두 싣고 가져온 볏단은 돌 놓고 그야말로 타작(打作)한다. 말린 벼 알 모아 가마니에 담고 정미소로 향한다. 벼는 이렇게 변하여 쌀알이 되고, 마침내 우리들 입속으로 밥 되어 들어오게 된다.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인 쌀 한 톨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가수 홍순관의 노래 가사를 보면 벼 한 알의 무게는 고작 0.016g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속에는 우주의 삶이 보인다. 농부의 사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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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바지 : 배동은 벼가 알을 밸 때 대가 불룩하여지는 현상.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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