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눈 감아도 보이는 고향 대자연 | ⓒ 황성신문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황성신문 | 네 번째 집으로 이사 와서는 나의 유년기를 질~겅~ 씹히도록 보내고 살았다. 들판 가운데 외딴 마을이다. 아버지․어머니, 형님․누나와 함께 하늘이 낮다 생각하고 동요를 흥얼거렸다. 그냥 대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천진난만하게 살았다. 누가 말하기에 “나를 우물 안의 개구리”라 한다. 사실 개구리 신세이다.
집 안에서는 어린나이에도 직접 삼은 짚신을 신었다. 소 풀 먹이러 둑으로 나간다. 소와 부룩송아지는 도랑 속으로 몰아넣고, 둑 위에 드러누워 둥근 하늘을 하염없이 치어다본다. 구름이 하늘에다 궁궐을 그렸다가, 어느새 높은 기와집을 그려댔다. 하늘은 마치 그림 그리는 도화지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잘 그려 주었다. 그러기에 혼자 흥얼거리며 세상 모두 아는 듯 떠들어 대었다. 그렇게 세상이 뭔지도 모르면서 시골 외딴 마을에 어린 날을 흐드러지게 보내어 살았다.
둑에 자라는 자연 풀과 흰 꽃은 은연중에 보라색 섞인 시계풀이 있다. 시간만 나면 시계풀꽃 줄기 뜯어 꽃시계 만든다. 꽃시계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여성에게 묶어 줄 예정이다. 제일 많이 고생하는 엄마 팔에 먼저 묶어 드리려고 하였다. 시계풀꽃은 알고 보니 “토끼풀 꽃”혹은 “클로버 꽃”이라 하였다.
또 둑에서 가장 흔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 잔디다. 잔디는 키가 작고, 가늘지만 줄기가 빳빳하고 야물다. 자라고 있는 윗부분만 보면 야릇하다. 잔디는 뿌리가 아주 튼튼하다. 사람이 죽으면 무덤 만든다. 세찬 비가와도 허물어지지 말라고 잔디를 뿌리 채 캐다가 심지 않은가? 가장 튼튼한 유택을 지은 것이다. 잔디는 가만히 윗부분을 들여다보면 참 재미나다. 나처럼 왜소하지만 빳빳한 줄기가 있어 끝부분에 까만 씨를 맺는다. 그 씨앗은 까만 머리 어린 병정이다. 잔디 씨앗을 훑어다가 모종으로 키워도 훌륭한 사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암소와 부룩송아지는 부지런히 풀 뜯어 먹는다. 도랑 물가에 야생미나리가 하얀 꽃을 피어내었다. 야생미나리는 그냥 베어다 반찬으로 해도 좋다. 그런 생각하는 중에 소는 내가 베기도 전에 기다란 혓바닥으로 한꺼번에 냅다 그 미나리를 통째로 먹어 치워버렸다. 진작 알았더라면 좀 베어 반찬이라도 할 것인데 말이다.
유년기 대자연 속 도랑둑에 자라던 시계풀꽃과 까만 대가리를 내밀던 잔디와 하얀 꽃을 피어내던 야생미나리가 나와 함께 자란다. 그러한 자연 속에서 나도 살고 있었다. 대자연은 인간에게 무한대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대자연이 나는 좋다. 대자연의 아들로 자랐다. 너무나 따사로운 시골이다.
유년기 고향에서 대자연에 휩쓸리며 나도 그렇게 자랐다. 서당 다니고, 초등학교 다녔다. 그리고 내 공부는 그것으로 끝이다. 아버지 철학에 서당공부가 적격이다. 하나같이 웅장한 자연의 대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작은 아이가 그렇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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