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따스한 봄날에 엄마와 완전범자 하던 일 | ⓒ 황성신문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황성신문 | 나는 어렸을 때“빵게”를 무척 좋아하였다. 엄마도 무척 좋아하였다. 많은 식구들이 저마다 일하러 밖으로 나가고 없던 차에 그날따라 엄마는 나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따스한 봄날 아지랑이 춤을 추고 있다. “복아! 오늘 따스한 봄날에 뽕나무밭 양지바른 곳에서 빵게나 먹을까?” “어마니! 무슨 그리 좋은 소리에요. 빵~게~를 먹을 수만 있다면 좋지요.”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대나무 소쿠리에 한 소쿠리 수북이 들고 나왔다. 속된 말로 오늘 땡 잡은 날이다.
빵게는 무엇인가? 빵게는 “알이 밴 암게”를 말한다. 요즘은 잡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대게 자원보호를 위하여 언제인가부터 빵게를 조업하지도 못한다. 더구나 판매 혹은 구입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하던 시절은 1956년이다. 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해이다. 참 까마득한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왜 “빵게”라고 하였는가? 게 크기가 꼭 빵 하나의 크기만 한 바가지를 가진 암게이기에 때문에 그렇게 불렀다. 빵게를 한 마리 집어 들고 바가지를 뒤집어 다리를 하나씩 해체하고, 그곳에 보관된 알을 가장 먼저 먹는다. 게장을 낱낱이 먹으면 금상첨화이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대소쿠리 한가득 빵게 대신에 껍질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먹기 전보다 그 껍데기가 부풀어져서 더 많이 가득 담기었다.
따스한 봄날에 모자(母子)끼리 둘만 맛나게 먹었으니 이 껍데기 처리가 문제이다. 어떻게 숨겨야 할까? 그것도 다른 권식들이 많이 있는데 두 사람만 먹었으니 양심이나 도덕으로도 많이 미안하였다. 그래서 더욱 완전범죄로 처리하여야한다.
“엄마! 빵게 정말 맛있어 그치. 이제 이 껍디기는 우얄까요?”
“좋은 수가 있지. 집에 가서 삽 가져 온나.”
즉시 뽕나무 밑뿌리마다 곁에 구덩이를 팠다. 게 껍데기를 조금씩 넣고 흙으로 잘 묻었다. 그리하면 뽕나무에는 잎이 많이 나고, 오디가 많이 열린다고 하였다. 식구 몰래먹었으니 미안하지만 완전범죄로 숨길 수밖에 없었다.
사실 식구가 많아 한 마리도 돌아가기 어려웠다. 엄마도 평생에 울력 센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말 한 번 못하고 살다 날씨 조근한 봄날에 실행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그렇게 잘 잡숫던 빵게 한 번 사다 드리지 못한 불효자가 되었다 에고.
삶이 무엇인지, 부모께 효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철면피한 자식이 되고 말았다. 형들과 누나들은 일찍 시집, 장가가서 철이 들었다. 난 나대로 돈 벌어 공부하고 가정 꾸려 한 번 잘살아 보겠다고 현실에 너무 바빴다. 이제 부모 모두 돌아가고 없다. 이 따스한 봄날에 그 빵게로 인하여 눈물 나게 엄마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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