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25-08-14 오후 03:39:5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수필
전체기사
뉴스 > 수필
28. 시골둑길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2월 14일(금) 14:39

↑↑ 조각보 같은 들판의 둑길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세상에는 자연이 펼쳐져 있다. 삼라만상이 어우러져 그렇게 지표의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누가 그렇게 시작하였는지 모르겠지만 밥상 위 조각보처럼 논과 밭을 나누었다. 또 저마다 그 공간을 점유하면서 소유권을 법으로 주장한다. 그 자연의 들판과 구릉에서도 사람들이 집 짓고 생활의 작은 공간인 방을 만들어 살고 있다. 자연 속에 사는 것이 나는 즐겁다. 어린 학창시절에 나도 그러한 시골에서 자연인처럼 살았다. 그 순간, 순간을 활동사진처럼 떠올리면 지금도 행복하다

논과 밭이 법의 공간으로 가득 채웠듯 경계선에 논둑과 밭둑을 만들었다. 도랑가에는 큰 둑이 만들어졌고, 자연히 그 위를 시골둑길은 고불고불하게 줄을 흩으려 놓은 듯 이어져갔다. 그 둑길에는 버드나무가 줄 지어 자라서 농촌의 풍정을 대변하여 주고 있다. 감히 도회지에서는 그런 풍경을 만들지도 못할 것이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어린 날 농촌에서 살았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수양버들의 뿌리는 강둑을 보호한다. 수양버들 휘늘어지면 봄 지나 여름에는 어르신들의 최고 쉼터이다. 극성스러운 매미가 울고, 둑길에 집집마다 소 몰고 나와 풀 뜯긴다. 철없는 부룩송아지는 어미를 잃어버리고 ~~.”하고 운다. 그러나 제 어미의 냄새를 맡아 아는지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곧장 어미 찾아간다. 소가 풀 뜯는 시간에 우리들은 물 오른 버들가지 꺾어 버들피리 만든다. “~~~ ~~~”버들피리 불고 논다. 그 의성어가 밉지 아니하다.

멀리서 고향마을 내려다보면 초가와 와가가 옹기종기 섞여 살고, 집 앞으로 고불고불한 길 찾아가는 고작 길이 나있다. 감나무, 키다리버드나무, 물포구나무 등의 나무꼬챙이를 부리로 그러모아 까치들이 저네 집 짓는다. 태풍이 오는 해에는 야물게 짓고, 그렇지 않을 해에는 엉성하게 짓는다. 미물도 우리들에게 태풍 오는 것을 알려 준다. 까치는 기특한 텃새다. 까치가 오늘날 기상관측소이다.

시골둑길은 도랑의 물길을 막아 주고, 하천과 경작지를 잘 구분하여준다. 시골둑길은 큰 가림 역할을 한다. 그 길이 있어서 저마다 어려움이 생기면 막연하나마 둑길 걸으며 인생의 철학을 배운다. 답답한 시골사람들, 오늘날 서울사람들 마냥 한강변 찾듯 그렇게 하고 살았다. 기뻐도, 슬퍼도 강가둑길 찾는다.

시골둑길을 걷다보면 어르신 만나 인사드리고, 동네 처녀들 나물 캐는 곳에 총각들이 어른대기도 한다. 그래서 동네 혼사로 본동(本洞)이 탄생한다.

시골둑길에는 사랑이 싹 트고, 그렇게 맺어 주었다. 시골둑길은 시골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생활의 활동공간이요, 공동 활용하는 곳이다. 삶의 터전이다.

나는 곧잘 그 시골둑길을 마치 뒷짐 지고 볼품없는 철학자마냥 허허롭게 걸었다. 그것이 엔간히 스스로 자족하고 살았던 어수룩한 내 삶의 길이다.

황성신문 기자  
- Copyrights ⓒ황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경주 배경 김다현의 ‘천년 사랑’ 국내·외 공개..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2030년까지 개최..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 팡파르..
한수원, 2025년 협력사 ESG 지원사업 추진 업무협약 체..
경주시-중국 둔황시 우호 협력 공식화 했다..
데이빗 로든, 경북도 투자유치 홍보대사 경주방문..
김민석 국무총리, "APEC 성공 개최에 만전 기해달라"..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교육특구 도시로 재탄생..
경주시, 양성평등기금 오는 2030년까지 연장 추진..
주낙영 시장, APEC 성공 위해 공사 현장 직접 챙겨..
최신뉴스
소비쿠폰 사용 경주경제에 뚜렷한 효과 입증..  
김문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경주 방문···지지호소..  
조현 외교부 장관 경주서 APEC 현장점검..  
경주시장 기고문-천년의 수도 경주, APEC 2025로 ..  
황오동과 중부동 통합 위한 합동 상견례..  
세계유산축전 경주시 홍보지원단 출범..  
경주시청 태권도팀, 전국대회서 금1 동1..  
하이코, ‘로컬브랜드페어 2025’산자부 선정..  
주낙영 시장, 국소본부장 회의 주재..  
경주시, APEC 대비 공무원 역량강화 교육..  
경주시문인협회, 제37회 신라문학대상 공모..  
한 여름밤 경주를 화려한 아티스트 들이 물들인다..  
경주시, 황금카니발 명칭·콘텐츠 무단 사용 아니다..  
경주 인왕동 네거리에 문화공원 조성한다..  
광복 80주년 맞아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캠페인..  

인사말 윤리강령 윤리실천요강 편집규약 광고문의 제휴문의 개인정보취급방침 찾아오시는 길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기사제보
상호: 황성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505-81-77342/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용황로 9길 11-6 (4층) / 발행인: 최남억 / 편집인: 최남억
mail: tel2200@naver.com / Tel: 054-624-2200 / Fax : 054-624-0624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다0143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남억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