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야콥슨과 페로몬 관계? | ⓒ 황성신문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황성신문 | 봄이면 여러 가지 나무에서 꽃을 피워낸다. 꽃 피우면 사람들이 공연히 기분이 좋아지고, 흥분상태를 만들기도 한다. 봄이면 가장 먼저 피던 산수유, 생강나무에서 꽃이 피고, 지면서 벚꽃은 우리들 마음을 더욱 흥분시킨다. 그러나 붉은 진달래꽃도 묻힌 듯 했지만 봄이면 더욱 마음을 설레도록 하는 꽃이기도 하다. 더욱 밤나무에 꽃이 필 때면 공연히 흥분된 상태를 만든다.
어렸을 때 엄마는 어린 나에게 알 듯 말 듯 한 말로 “밤꽃이 피면 동내 처녀들이 바람난다.”고 얼비추어 들려주고 하였다. 어려서 그 말이 진정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깊고 깊은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럴 나이도 아니었다.
밤나무에도 꽃이 핀다. 밤나무 꽃은 수꽃과 암꽃이 한 그루 내에서 핀다. 수꽃은 일찍 피었다가 제 기능이 떨어지는 누리끼리하게 변해질 때에야 늦은 암꽃이 핀다. 즉 그 시기가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위치도 아주 다르게 핀다. 수꽃은 꽃들이 연달아 피어 길쭉하게 연달아 꽃줄기를 약 1m 정도로 길게 집단으로 달린다. 그러나 암꽃은 그 꽃의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수꽃 밑 부분에 단촐 하게 핀다.
밤나무의 수꽃과 암꽃은 자가수분을 피하고, 타가수분을 하려는 식물의 전략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유전자가 다양하고 퇴화되지 않으려는 밤나무만이 아는 아주 고급스러운 후손 만드는 유지기술이지 싶다. 우리들에게 알밤 주는 밤나무는 매우 공부한 학자요, 참 많이 아는 유식꾼이다.
그러면 밤나무에서 정액냄새를 나게 만드는 장본인은 누구인가? 암꽃의 하단부에는 앞으로 밤송이로 커갈 씨방이 있다. 바로 암꽃의 밤 꿀이다. 정액냄새가 분비하면 공기 중으로 퍼뜨리는 것이다. 사람 중에는 처녀, 총각도 이를 느끼며 특히 암말(female horse)의 발정에도 관련이 있다. 말은 코뿐만 아니라 입 안쪽에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야콥슨”이라는 기관이 있다. 그래서 수말은 암말이 발정 난 정도를 알기 위해 윗입술을 까고 야콥슨을 이용하여 공중에 퍼져있는 냄새를 채취한다. 바로 “페로몬” 정도를 알아보는지 모르겠다. 그것은 수말의 모양으로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있다. 수말이 약간 하늘 올려다본 상태로 윗입술을 한껏 말아 올린다.
엄마는 어린 나에게 어찌 이 내용을 알려 주었을까? 밤꽃이 피는 유월이 오면 아마도 그러한 연유로 처녀, 총각들에게도 흥분을 유발시켜서 봄바람을 타게 하는가?
그러나 흔히 밤나무 암꽃이 필 때면 동네처녀, 총각들이 바람이 나는 것이 아니라 유독 유부녀들이 바람은 더 잘 낸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어머니들이 새 며느리를 맞아들이고는 밤낮으로 지켜본다는 속설도 있다.
그 때 동네훈장의 논머리가 있는 새보봇머리에 밤나무가 줄 지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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