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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슬픈 밥그릇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3월 28일(금) 13:50

↑↑ 엄마 밥그릇 - 박 바가지 밥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흔히 사람들이 살아온 연륜을 밥그릇(rice bowl)”으로 따진다.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밥을 그릇에 담아 먹고 살아 왔던가? 밥그릇은 동양인 중에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식기의 한 종류이다. 밥그릇이 선배다.

우스갯소리로 개 밥그릇으로 사용하던 청자를 두고 호리 꾼이 탐을 내었다. 주인 구슬려 개를 사면 개밥그릇은 그냥 줄줄 알았다. 그러나 현명한 주인은 절대로 청자 개밥그릇을 그냥 주지 아니하여 개만 사고 말았다. 그렇게 귀한 청자를 어찌 개밥그릇으로 사용하였단 말인가? 개만 팔려고 꾀를 냈던 것일까?

개다리소반에 놓이는 밥그릇은 백자 주발로 무겁기도 하다. 그렇게 툭진 그릇에 밥 담아 먹었던 시절도 있다. 하물며 엄마가 살던 시절에는 남편이나 남정네들에게는 깎듯이 백자주발의 전 위로 수북이 올라오는 고봉밥을 담아 주었다. 반찬도 정갈하게 낱낱이 갖추 챙겨 간장, 고추장까지 종지기마다에 하나같이 정갈하게 담아내었다. 게다가 소고기 국그릇은 꽤 넓었다. 후하게 많이 담아 주었다.

그러나 엄마의 밥그릇은 늘 박 바가지 하나이다. 밥 먹을 권식(眷食)들이 많아 모두 그릇에 담아 주다보면 당신 먹을 밥그릇이 없다. 또 밥 먹다가도 늘 부르는 대로 즉석에 뛰어가 심부름하여야 하였다. 조금이라도 늦을라치면 괜히 고성 나오거나 심지어 욕까지 먹기 십상이다. 엄마의 밥그릇은 늘 박 바가지에 고작 몇 가지의 나물이 전부이다. 그것도 겨우 강된장 한 숟갈로 간 맞추어 비비다 부르면 또 달려가야 하였다. 잠시 마음 놓고 앉아서 밥 먹을 수조차 없었다.

엄마의 밥그릇에 비해 머슴들의 밥그릇은 백자주발이 훨씬 더 커 보이었다. 주객이 전도 되었다. 고용된 머슴들은 큰 밥그릇에 많은 양의 밥이 담기었다. 엄마의 밥그릇은 사실 따로 없는 것이다. 박 바가지에 마구잡이로 섞은 비빔밥이 전부이다. 부엌 들며 한 숟갈 입에 퍼 넣고, 나면서 물바가지로 물 마셔야 그나마 소화라도 하게 된다. 밥은 급히 먹으면 체한다. 밥은 천천히 씹어 먹으라고 하면서 오로지 엄마의 밥 먹는 모습에는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늘 그렇게 바빴다. 겨우 입에다 밥알 몇 개 넣을 뿐이다. 적게 먹어 그런지 얹히지도 않는다.

사랑채에서는 과객들이 평소 서너 댓 명은 기본이다. 이 분들은 소반에 정한 밥그릇 놓이고, 국그릇, 반찬 종지기 등이 아버지와 똑같이 여럿 얹히었다. 그러나 엄마의 밥그릇은 늘 박 바가지 하나가 전부이다. 그렇게 이백 석지기의 안주인 밥그릇은 사실상 없다. 나는 그때 엄마는 늘 그렇게만 하고 사는 줄 알았다.

모내기 하는 날은 들판에서 들밥 먹는다. 이날만큼은 엄마의 밥그릇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날도 지나던 많은 길손들까지 우리 집 밥맛을 보았기에 역시 엄마의 밥그릇은 없다. 엄마는 평생 슬픈 밥그릇, 박 바가지의 하나에 비빔밥이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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