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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불두화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04일(금) 14:39

↑↑ 고모 닮은 불두화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불두화를 아시나요? 둥근 공 모양의 형태로 꽃 모양이 부처님 머리모양을 닮았다하여 불두화(佛頭花)”라 한다. 그것도 순백으로 피어 풍성한 꽃을 화병에 꽂아 집안에다 들여놓으면 온통 집안 전체가 환해지는 느낌이 드는 꽃이다. 비록 종교는 믿지 아니하지만 불두화를 만난다.

엄마는 나를 가장 좋아하고, 다음으로 나를 좋아하던 고모가 우리 집 곁에 살았다. 고모는 어린 나를 곧잘 업고 다녔다. 산으로, 들판으로 나물 캐며 다녔기에 내가 집에 없으면 어련히 고모가 나를 데려간 줄을 고정된 생각처럼 우리 집 식구들은 그렇게 여기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두 집 건너가 고모 집이다. 어렸을 때 고모 집에 가면 아주 이상하였다. 고모가 두 분이 있다. 나를 좋아하는 고모는 큰고모라 하였고,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은 작은고모라 불렀다.

큰고모는 아버지 바로 위 누나이다. 키가 많이 작았다. 몸피도 작았다. 그러나 어린 나를 업고 산으로, 들판으로 안 다닌 곳이 없다. 산으로 가면 늘 보랏빛 산도라지 꽃을 따 주었고, 들판으로 가면 박주가리(새 밥)나 미나리 꽃도 좋아하여 따주었다.

고모 집은 그때 동해남부선 불국사기차역에서 부산 쪽으로 가는 방향의 신호대 밑의 첫 집에 위치하였다. 고모 집에는 고종사촌 누나가 두 분이요, 형이 한 분 등으로 식구가 모두 다섯이다. 내가 우리 집에서는 막내고, 늦게 태어났기에 생전에서 고모부는 못 뵈었다. 먼저 가신 고모부 산소가 있는 밀개산에 올라가면 큰고모는 늘 신세 한탄 하듯 청승맞은 슬픈 노래를 자꾸 불러대었다. 나는 어려서 처음에는 그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고모님 울지 말아요!

불두화는 정원수로 쓰이며 열매를 맺지 않는 상징적 의미 때문인지 사찰에 많이 심겨져 있다. 영어로도 “Snowball tree”라고 하였다. 달리 이름은 수국백당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유성화를 없애버리고 5~6월에 피는 무성화(無性花)의 꽃잎만 자라게 한 원예품종이다. 번식은 꺾꽂이나 접붙이기로만 번성하였다.

나는 큰고모의 형편을 나이 들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즉 배태(胚胎)를 못하였던 것이다. 마치 불두화처럼 무성생식이다. 큰고모 집에 있던 고종사촌 누나와 형은 모두 작은고모가 낳았던 것이다. 그런 것도 모르고 참 형광등이다.

아마도 그래서 아버지는 큰고모를 가엾이 여겨 당신 집 곁에 시집보내어 오래도록 함께 하신 것이다. 불두화로 사신 큰고모가 오늘 문득 생각난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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