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흰 눈 속의 붉은 까치밥 | ⓒ 황성신문 | | 고향에는 텃새가 많았다. 농촌에서 사람과 가장 친근한 사이로 있는 텃새들은 겨울나기 하는 것을 보면 무척 애달팠다. 물론 예전에는 새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겨울나기 잘못하여 얼어 죽은 사람도 나타났다. 하물며 텃새들은 겨울나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텃새는 과연 무엇을 먹고 지낼까 궁금하다.
텃새로는 참새, 까치, 비둘기, 뻐꾸기 등 흔한 이름도 있지만 새 이름도 하도 많아서 모르는 새가 더 많다. 관심 가진 것은 철새보다 텃새다. 나는 철새보다 텃새가 좋다. 철새는 제철이 지나면 곧장 날아가 버린다. 그러나 텃새는 그야말로 저네들 고향처럼 마을을 떠나지 않고, 고향 지키듯 살고 있기에 더욱 좋아한다. 비록 나는 고향을 떠나 살고 있지만 아직도 텃새는 고향을 지키고 있다.
텃새는 익조와 해조가 있다. 익조는 불필요한 벌레나 해충을 잡아먹고 살기에 저절로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 그러나 참새들은 배동바지 맞이한 벼이삭에 앉아 덜 익은 곡식의 물기를 한꺼번에 쪽~쪽~ 빨아먹는다. 그러기에 어린 우리들은 그러한 참새 쫓기에도 동원되어 참새 쫓기 전쟁에 나서야 하였다.
텃새 중에 까치는 엄마가 좋아하는 새다. 많은 자식을 키우면서 늘 좋은 소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까치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농사를 많이 짓기에 풍년이 들 것인지, 흉년이 들 것인지를 미리 알려주는 방법이 있다. 비록 미물이긴 하지만 태풍 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태풍이 오는 해엔 튼튼하게 저네 까치집을 짓는다. 태풍이 오지 않는 해엔 아주 허술하게 짓기 때문이다.
까치는 “깍 까~악~”울지만 까치에게도 저네들끼리 통하는 말이 있다. 바로 까치언어이다. 까치도 우리가 못 알아듣는 말하지만 분명 말을 하고 산다. 단지 우리가 잘 알아듣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까치가 “깍, 까-깍~.” 세차게 울면 분명히 위급함을 알리는 이유이다. 겨우 이때 사람들이 알아차릴 정도일 뿐이다.
우리 집 감나무 열세 그루마다 붉은 감이 익어간다. 감 농사는 전부 어머니의 관리영역이다. 감이 잘 익으면 한철 감농사로 톡톡한 수입이 난다. 감을 따는 날은 여럿의 일꾼을 불러다가 한 개의 감이라도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작업한다. 특히 바람 부는 날은 감이 잘 떨어져서 깨어지기에 작업하지 않는다. 감 따는 날 우리 집은 잔칫날이다.
감 일백 개를 한 접이라고 한다. 엄마는 꼭 열 개를 더 헤아려 넣는다. 도매로 사 가는 상인들에게 손해를 안 입히려고 그렇게 한다. 그래서 상인들도 이를 알고 고마워하며 우리 감 해마다 사려고 줄을 선다. 그것이 사람 사는 행위이다.
엄마는 감나무 제일 높은 꼭대기에 달린 감 하나가 그렇게 더 중요하겠지만 여남은 개씩 남겨 두어 눈 오고 추운 날 까치밥으로 꼭 남겨 두는 아량을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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