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시행 중인 ‘경주시민 자전거보험’이 시행 4년 만에 누적 보상 건수 1천264건, 총 지급액 6억1천875만 원을 기록하며 시민 생활안전망으로서 안착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만 374건, 1억5천894만 원의 보험금이 지급돼 제도 도입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경주시에 주소를 둔 시민 누구나 자동 가입되고, 자전거 이용 중 발생하는 사고뿐 아니라 보행 중 자전거에 의한 사고도 보장되는 등 실효성 높은 설계로 시민들의 활용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지자체 차원의 생활 밀착형 안전보험이 시민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시민안전보험은 경주시만의 정책이 아니다.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와 2개 광역지자체가 이미 도입했고,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고와 재난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사고, 자연재해, 화재, 물놀이 사고 등 각 지자체는 지역 실정에 맞춰 보장 범위를 설정하고 보험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다. 이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 속에서도 시민 개개인의 피해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며, 복지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제도의 확장성과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민안전보험 전반에 걸쳐 실효성 논란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22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 시민들이 보험 혜택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심지어 청구가능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의 경우 시민안전보험의 평균 수혜율이 40% 수준에 불과하고, 일부 보장 항목은 아예 지급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제도의 존재 자체를 모르면 아무리 혜택이 좋아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지자체별로 보험 보장 항목과 보장 금액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재정 여건이 넉넉한 지자체는 폭넓은 보장을 제공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최소한의 보장만 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는 같은 사고를 당했더라도 거주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보상 결과로 이어지는 ‘지역 불균형’을 초래한다. 여기에다 미성년자가 사망한 경우 현행 상법상 보험금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재난이나 사고 앞에 연령의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결국 시민안전보험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우선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역 특색을 반영하되, 자연재해나 교통사고처럼 전국 공통의 위험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보장 기준을 마련해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시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 보험금 청구 가능 여부, 절차, 보장 항목 등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과 연계한 안내 방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주시의 자전거보험처럼 이용이 많은 항목에 대해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시민안전보험이 단순한 ‘행정 치적’이 아니라, 실제 위기 상황에서 시민을 지켜주는 제도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의 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은 우산과 같다. 비를 막을 수는 없지만, 젖지 않도록 도와준다. 예상치 못한 사고나 재난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그 피해는 개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된다. 시민안전보험은 그 짐을 사회가 함께 나누겠다는 공동체의 약속이다. 이 약속이 진정한 보호로 이어지기 위해선 정책 설계에서부터 실천까지 전방위적 개선이 필요하다. 시민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안전망, 그 시작은 제도를 알고, 믿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