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모은중경』 풀이 | ⓒ 황성신문 | |
 |  | |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 황성신문 | 부모로부터 몸을 받아 태어난 자식들은 저절로 자란 줄 알고 저 혼자 거들먹거리고 산다. 어찌 제 몸이 부모의 피와 살이 아니겠는가? 한 해, 한 살씩 먹으며 나이테를 잘도 키워 주었다. 철들면 그래도 자식은 부모를 은연중에 닮아가고 있다. 부모의 보살핌이 나이 들어서야 겨우 조금씩 알아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상에 태어난 인연으로 부모-자식 사이가 된다. 부모는 어린 자식이 다칠세라, 바람이 불면 넘어질세라, 그렇게 자식을 돌보아 준다. 자식은 부모를 믿는다. 아버지 두 다리 세운 틈에 호시를 탄다. 찔~깨~동~! 찔~깨~동~! 그렇게 세월은 흐른다. 강물이 흐른다. 내 고향 형산강 남천 상류의 시래 거랑에서도 강물을 이루고자 골마다 물 모아 끊임없이 흐른다.
부처는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중하고 큰가를 말씀으로 전한다. 이에 그것을 보답하려는 길을 찾는다. 인간에게 불효하는 죄과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가르치려고 『불설대보 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을 만들었다. 줄여서 『부모은중경』이라 한다. 볼품없는 작은 책이다. 그러나 내용은 바다와 같은 뜻이 있다.
어머니 무덤 앞에 앉으면 나의 죄과가 명경 보이듯 드러나고 만다. 이 나이가 먹도록 청개구리처럼 날뛰다가 생각이 돌아왔는지 사람이면 어찌 이제 반성하며 부족하고 어리석었던 과거를 후회하지 않겠는가? 늦게나마 고개 숙여 저지른 잘못을 속죄한다. 그런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기에 늦었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어머니 경주최씨 송계당 휘 두봉(斗鳳) 무덤 앞 장명등(長命燈)에 불 밝힌다. 마음의 불을 밝힌다. 부족했던 자식의 마음을 일일이 높이 들고 하나같이 외어 바친다. 내 사악(?)했던 지난 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날(?) 그것을 반성하고 흐르는 강물에 띄워 보낸다. 훌훌 미련 없이 보낸다. 강물은 미련 없이 흐른다.
나의 부모님 유택은 쌍분으로 돌아가셨어도 의좋은 부부로 모셔두었다. 평생에 일군 것은 겨자씨에 불과하겠지만 자식들 눈에는 왕밤만치 굵은 사연이 있다. 열 자식에게 불끈 남겨 주었던 사연이다. 비록 석비에 많은 기록은 하지 못하였을지라도 후손들이 천추만대 이어가기를 흠모하는 마음으로 남겨 둔 사연인 것이다. 그곳에서는 남에서 북으로 흐르다 동해로 빠지는 형산강 상류 남천 시래 거랑물이 흐르는 곳이요, 형산강 강물 되어 주야장천 말없이 태평양으로 흐른다.
어렸을 때 자식은 부모를 닮아 갔지만 이제 부모는 자식 따라 올 것이다. 흐르는 강물에 세월도 묻히고, 업을 받아 한없이 원망하였던 사연도 흐르는 강물에 모두 실리어 떠나간다. 모든 것을 풀어내고 흐르는 강물에 떠나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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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등(長命燈) :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쫓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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