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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엄마 닮은 진달래꽃
보랏빛 엽서수필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4월 25일(금) 15:11

↑↑ 봄은 엄마 닮은 진달래꽃 꽃 대궐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진달래 꽃말은 절제”, “청렴”, “사랑의 즐거움이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세 가지의 꽃말에 매료되고 말았다. 진짜 달래가 맞는 꽃인가?

엄마는 모두에 절제하였다. 괴팍한 성질의 아버지 성화를 모두 받아 주는 절제된 미덕으로 살았다. 엄마는 너무 청순가련하고 순수하였다. 세무서에서 밀주 확인하러 나왔을 때 부엌에서 술 단지 들고 부엌문을 나섰다. 아버지 급하게 술 단지 빼앗아 박살 내버렸다. 엄마는 깨어진 단지의 사금파리를 하나같이 줍고 있었다. 그러나 준엄한 실정법은 어찌할꼬? 용하다. 밀주 단지 증거가 없다.

나는 진달래꽃을 좋아한다. 4월에 피어나서 온통 초봄의 산을 붉게 물들인다. 봄이 왔음을 만끽하라고 군데군데 분홍색, 붉디붉은 꽃잎을 쏟아내 주었다. 진달래 피는 봄이다. 봄은 진달래를 통하여 삼천리금수강산으로 만들어 내었다.

고향에서는 꽃 따먹을 수 있으므로 참꽃혹은 참꽃나무라고 불렀다. 꽃을 날것으로 먹거나 화채 또는 술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술 빚어 먹는 경우 담근 지 100일이 지나야 맛이 난다고 하여 백일주라 하였다. 참꽃이 다 떨어지고 그곳에 밭을 개간하려고 하니 그 뿌리가 진절머리 나게 많았다. 고향 경주에서는 그 진달래 뿌리를 꼴짱두라 부른다.

아버지 매년 음력 삼월 초열흘이면 팔촌 이내 스물여덟 친척을 우리 집에 모이게 하였다. 사람 모으기 좋아하는 아버지 덕택으로 일은 모두 엄마가 차지하였다. 참꽃 따다가 화전(花煎) 구워내어 술안주로 삼았다. 참꽃으로 차성(車城)이씨 소 문중 화수회를 열었다. 그 덕으로 이후 호군공파(護軍公波祖善基公)가 창립되었다.

진달래는 엄마의 함빡 웃는 모습을 하고 있다. 나는 진달래를 좋아한다. 엄마는 많은 식구로 인하여 일에 찌들었지만 권식(眷食)이나 과객들에게 늘 봄에 피는 화사한 진달래꽃 웃음을 선사하였다. 식구들도 엄마를 무척 닮은 진달래꽃을 좋아하였다. 머슴들까지도 먼 산에서 나무 해오다 시간 들여가면서까지 진달래꽃을 한 아름 꺾어서 참꽃 방망이를 만들어 싣고 온다. 소등에 잔뜩 실은 나무 위에다 얹어 엄마에게 꽃방망이 아름 안겨드린다. 갑자기 진달래 참꽃 방망이로 환하다.

삶에 찌들어 꽃 피는 봄에도 꽃다운 꽃을 감상하지 못하다가 먼 산에서 꺾어 온 함박 핀 진달래로 집안 곳곳 파란 유리 소주병에다 물 담아 꽃 꽂아 둔다. 그 질박한 농촌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보이는 곳마다 정서를 순화하는 화병이 된다.

개나리는 양지바른 곳에 자라지만 진달래는 약간 그늘지며 습기 있는 곳에서 자란다. 뿌리가 얕게 내리고, 잔뿌리가 많아도 쉽게 옮겨 심는다. 진달래, 참꽃을 엄마 얼굴처럼 나는 좋아한다. 을사년 올봄 참꽃 따러 고향 갔다.

*차성이씨 : 월성이씨 수분적. 시조 휘이위(諱李渭, 신라 840~915.). 차성(車城) 현재 부산 기장(機張).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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