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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엄마는 늘 그립다
황성신문 기자 / 입력 : 2025년 05월 02일(금) 14:15

↑↑ 근세조선 마지막 여인상 어머니
ⓒ 황성신문

↑↑ 대구 한비수필학교장 명예문학박사 수필가 이영백
ⓒ 황성신문
어린 날 낮잠 자다가 깼다.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 혼자뿐이다. 갑자기 무서웠다. 덜 깬 잠에서 눈곱도 안 떨어진 데다가 두 눈을 팔로 가리고 비비면서 방문 열고 그냥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무언가 있었다. 그러나 발을 짚었다.

방문 앞에 잉걸불을 퍼 담은 화로에다 왼발을 짚었다. 마을이 뒤집어 지도록 울었다. 우물가에서 일하던 엄마가 벼락같이 뛰어왔다. 부엌에서 식초로 삭히던 식초병을 들고 와 온통 왼발에다 들이부었다. 이처럼 엄마는 늘 내 곁에 있었다. 그 화롯불은 큰형수가 문 여는 마루에 갖다 두어서 내가 왼발을 짚어 데이게 되었다. 큰형수는 아버지에게 꾸중 듣고 그냥 한동네이던 친정으로 가버렸다.

어린 날 배고프면 엄마의 자연 우유를 이용하였다. 자라면서 늘 나는 입이 짧았다. 곧잘 입맛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려운 살림살이에서도 내가 가장 잘 먹는 흰죽을 끓이어 주었다. 쌀이 귀한 시절에 흰죽은 고급 음식이다. 엄마는 나에게 배고픔을 언제나 척척 해결해 주는 가장 가까이 있는 문제의 해결사이다.

엄마는 나에게 신의 존재이다. 내가 무엇을 숨겨도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척척 알아맞히었다. 또 무엇이든 그렇게 된다고 하는 것을 내가 믿도록 자꾸 반복하여 들려주었다. 그래서 그 후로 이루어진 일이 많았다.

어린 날 양말이 뚫어져 발가락이 쏙 나오면 얼른 양말을 뒤집어 구멍 난 곳을 가로, 세로 얽어 감쪽같이 구멍을 없애 주었다. 단추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떨어진 단추와 비슷한 것을 골라 달아 주었다. 나는 엄마가 세상에 못 하는 게 없는 줄로만 알았다. 내가 안 된다고 하면 모두 척척 되도록 해결하여 주었다. 엄마는 세상의 미다스이다. 그러한 엄마가 왜 이제야 와서 더 그립고 더욱 그리운 것인가?

내가 어렸을 때는 옷을 사 입는 게 아니라 엄마가 직접 베 짜서 만들어 주었다. 목화 심어 무명베 짰다. 삼 심어 삼베를 짰다. 또 누에 쳐서 명주베를 짰다. 베틀에 하루 종일 앉아서 베를 짰다. 목화는 씨아로 씨를 빼고, 물레에다 실 뽑아 걸었다. 하물며 삼 키워 베어다 껍질 벗기고, 실타래 만들기까지 방적 과정을 모두 알았다. 더욱 신기한 것은 누에는 벌레인데 벌레 입에서 실 뽑아 명주를 짰다. 우리 집은 시골의 작은 방직공장이다. 언제나 베 짜는 소리가 철커덕, 철커덕 들리었다.

엄마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 내 곁에 그대로 있을 줄로만 알았다. 엄마는 어찌하여 일흔셋 아파서도 병원 한 번 안 가본 것인가? “난 네 아버지한테 간데이.”라는 지나가는 소리인 것처럼 나에게만 유언 남기고 가셨다. 고애자이다.

엄마는 미다스요, 해결사인 줄만 알았다. 지금은 없다. 그러나 늘 엄마는 내 곁에서 나를 지켜봐 준다고 생각하였든가? 그래서 막내아들은 엄마가 늘 더욱 그리운 것인가 보다. 바보 아들이 이제는 오늘에서야 엄마 유택 찾아간다.

 

 

 

 

 

 

 

황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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