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경주지역 유권자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투표 참여율로 전국적 관심을 모았다. 경주시의 최종 투표율은 79.54%로, 전국 평균(79.4%)과 경북 평균(78.9%)을 웃돌았다. 지난 1992년 제14대 대선 이후 최고치로, 경주 유권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읍면동별로도 보덕동(84.95%), 현곡면(82.10%), 황성동(81.10%) 등 여러 지역이 80%를 상회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특히 보덕동은 유권자 1천961명 중 1천666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다 투표율을 달성했다. 반면 감포읍은 71.28%로 가장 낮았으나, 전체적으로 경주지역의 투표 열기가 상당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참여율은 곧 지역사회의 변화와 기대를 대변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경주에서 65.27%의 지지로 승리한 것은 사실이나, 주목할 것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기록한 26.46%의 득표율이다. 이는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22.76%,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24.76%를 넘어선 수치로, 경주에서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이전보다 뚜렷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를 넘어, 경주지역의 정치적 지형에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광역단체장을 배출하며, 경주의 정치지형도 서서히 균열이 생겨났다. 이재명 후보의 이번 선전은 그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는 지지율로 승리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이어져 온 당내 갈등과 분열 양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표면화됐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내홍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또한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율은 32.43%로 지난 20대 대선보다 11.87%p 낮았지만, 본투표에서 대거 참여한 경주 유권자들은 다시금 투표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여야 양당의 결집된 지지층이 맞붙은 결과, 경주에서도 전국적 판세와 궤를 같이하는 모습이 분명히 드러났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 방송 3사가 예상한 출구조사와 달리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1,439만5,639표)를 획득, 예상보다 강한 저력을 보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8.34%(291만7,523표)를 단순 합산하면 범보수 진영의 득표율은 더 높아진다. 그럼에도 경주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역대 최고 득표율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경주지역의 이러한 결과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첫째, 국민의힘은 압승에 자만할 것이 아니라,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의 득표율 상승을 일회성 성과로 치부하지 말고, 지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발굴하고 지역 발전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권자들은 다시금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변화의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모든 정치권이 경주 민심을 두고 새롭게 각성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경주는 전통적인 보수지역으로 불려왔지만, 이번 대선에서 드러난 높은 투표율과 민주당의 약진은 변화를 갈망하는 지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정치권은 이를 외면하지 말고, 지역의 미래와 민심을 오롯이 담은 진정성 있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경주에서의 변화의 신호는 지역을 넘어, 한국 정치 전반의 건강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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